영알의 단풍도 끝물로 접어든 11월 셋째 주말, 짧지만 강렬한 천상골 단풍을 만나고 왔다.

간월산은 해발 1,069m로 1500년 전 이 산기슭에 간월사라는 사찰이 있어서 산 이름도 간월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주위에는 1,000m 내외의 가지산, 능동산, 천황산, 신불산 등이 이어져 있다.

간월산의 동쪽은 저승골을 비롯해 천 길 바윗골이 간월골짜기를 이루면서 태화강으로 흘러내리고, 서쪽은 내리정과 왕봉골 등 깊은 골짜기가 배내골로 흘러내린다.

천상골은 겨울철 빙폭이 웅장함을 덤으로 간월산까지 골 치기로 오르면 쏠쏠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코스인데...
오늘은 순수 단풍만을 보려고 찾는다.

~~~
늦어진 겨울이 늦게까지 단풍을 남기고 있다.
물론, 지각단풍이라 성질 급한 나를 애태우기도 했지만...ㅎ
셋째 주말, 막바지 단풍을 기대하며 간월산 천상골을 찾았다.
기억을 들추면 천상골은 짧은 구간이지만 나름 화려한 단풍을 볼 수 있었으니까.

8시 30분, 천상골 가든 앞에서 걸음을 시작한다.


간월굿당을 지나고 바로 계곡으로 들어가 골 치기를 시작한다.



어디까지 가서 어디로 오를지 정하지 않고, 단풍이 끝나는 곳까지 오른 뒤 적당히 빠져나와 간월산으로 오르기로 하고...



오!!! 시작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단풍이 있기를 기대하면서도 혹시 단풍이 모자라면 배내봉이나 신불산으로 걸음을 길게 하려고 했더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잠시, 임도로 올라서고...
이어서 다시 계곡으로 들어간다.




기대한 것보다 색이 짙다.









내일부터 한파주의보 라더니 바람이 엄청 분다.
단풍과 낙엽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이리저리 바위를 오가며 즐긴다.
올가을 마지막 단풍이기에 느긋하게, 아주 느긋하게..



골짜기가 짧지만 충분한 천상골 단풍이다.
오른쪽 천길 바위쪽 골짜기가 아닌 왼쪽 천상골 폭포 방향으로 올라간다.





천상골 폭포로 가는 중간쯤 움막, 주변은 낙엽도 없이 깔끔하게 청소가 되어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분일까?
속세의 번잡함을 싫어하는 분일까?



움막에서 조금 더 오르자 단풍은 끝이다.
이미 마른 낙엽으로 남아있다.
계속 치고 오를까? 돌아나가 천길 바위로 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오랜만에 천 길 바위에 올라보기로 하고...

돌아 나간다.



혼자 걸음은 이렇게라도 즐겨야지~~
셀카라도...



짙다. 짙어...
핏빛의 단풍이다.


24년, 영남알프스 산악마라톤 코스 중에 이길도 있었네~~


천길 바위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오늘 단풍 중 짙음으로는 최고다.
핏빛의 색감이 딱 어울리는 단풍이다.
기울임의 햇빛이 없음에도 말이다.


한참을 쳐다봤다.
반사를 이루는 빛도 없는데 이만큼 핏빛을 만들어 내다니...ㅎ


저만치 천길 바위가 보이고...
된비알, 만만치 않은 경사에 자갈길이고 그 위에 낙엽으로 덮여있다.
서너 걸음 올라서면 한걸음은 뒤로 미끄러진다.


천길 바위로 올라선다.



하늘은 흐려도 공기는 깨끗하다.
문수, 남암산에 울산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들이 너무 좋다.



천길(천질) 바위, 참 오랜만에 오른다.
아니, 늘 내리막길에 들렸으니 오랜만이란 표현이 맞지 않지만....


과일 한쪽에 커피 한잔, 한참을 쉬어간다.
아니, 바람이 심술을 부려 일어선다.




이쪽 능선에 명품솔이 두 그루였는데 한 그루는 오래전 고사하고... 남은 한그루도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는 않아서 맘이 아프다.

두꺼비 바위도 오랜만이다.


912봉으로 오른다.

올라온 천상골과 천길 바위 능선...
배내봉 방향의 천화비리...


912봉의 시끌벅적한 산님들의 음성들이 싫어서 간월산으로 바로 걸음을 옮긴다.

가을 들어 연이은 영남알프스 행사로 등산로는 다림질을 한 것처럼 반들반들하고~~~


등로 옆 전망바위에서 본 천상골...


이쪽 등로를 지키던 명품솔은 아래쪽 가지가 말라버리고...
능선 옆으로 참나무들은 올 초에 급습한 습설로 부르진 가지들이 처참하다.


11시 47분, 간월산 정상으로 오른다.


연초의 메달 따기도 아닌데 정상을 인증하려는 산님들이 엄청나다.ㅎ


시크한 척 정상을 지나쳐 나온다.


12시 10분, 명품솔이 어우러진 명당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와!!!!
시력이 좋지 않은 내 눈에도 간월재엔 산님들로 빽빽하다.



억새의 절정은 이미 지났고...
그 많은 영알의 행사도 다 끝났고...
그런데?



간월재를 벗어나 악수터까지 이어지도록 임도 가장자리에 밥(?) 자리를 만들다니...
이런 모습을 처음 본 나로선 그저 놀랄 수밖에...ㅎ




이런 것도 있네?
11 꼬부랑을 표시하는~~~



11 꼬부랑을 시작하는 갈림길....
오늘은 천상골 가든까지 가야 하니 끝까지 임도를 따라간다.

간월공룡능선 갈림길을 지나고...




오름길에 지났던 임도를 지나고~~~


해발이 낮아지니 다시 단풍색이 짙다.


와!!!
여기는 한컷으로 작품인데...
딱딱하고 삭막한 임도가 이렇게 운치 있어도 되는 건가?


등억임도 차단기가 있는 입구로 내려선다.

13시 44분, 천상골 가든 옆으로 내려선다.
후딱 해치울 수 있는 짧은 간월산을 5시간 남짓하게 걸은 간월 걸음이었다.
혹시나 하고 찾은 천상골, 기대 이상으로 강열했던 24년 영알의 마지막 단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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