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내리기 시작한 신불산과 간월재로 가을 마중을 하고 왔습니다.

9월... 넌 오늘부터 가을이다.
아니, 꼭 가을이어야 해~~~^^

가을 마중을 갔더니 간월재에는 이미 가을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최장의 폭염과 열대야의 날들이라 올 가을은 마냥 늦을 줄 알았더니 간월재에는 어느새 억새가 활짝 피어 있습니다.

하늘이 높아졌습니다.
마음이 지어내는 그림들이 영알에 고스란히 덧칠을 해서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으로 가을가을 합니다.

~ ~ ~
사랑하는 영알의 품으로 가을 마중을 갑니다.

8시 10분,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어제까지는 여름이었고 오늘부터는 가을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니, 꼭 가을이어야 합니다.



큰 비 한번 없이 지나간 폭염의 날들이어서 건폭일 줄 알았더니 의외로 홍류폭포는 가늘지만 물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폭포 바로 옆으로 난 짧은 철계단을 오르는데 숨이 턱밑까지 차오릅니다.
시작의 느낌으로는 오늘도 참 힘든 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


10대의 끄터머리 즈음부터 영알을 걸었으니 어언 40년을 걸었는데 이놈의 길은 올 때마다 왜 이리 힘이 드는지.....ㅎ


걸음 1시간쯤...
걸음의 무개가 천근만근입니다.
몇 걸음 걷고 잠시 숨고르고, 또 몇 걸음 걷고 뒤돌아보기를 반복합니다.
돌아보는 숲 사이로 그림들이 힘을 내라고 위로를 해주네요.


늘 그랬듯이 작은 바위에 올라 쉬어갑니다.

멀리 가지산까지 그려지는 그림들과
나아갈 신불 공룡능선을 올려다봅니다.


커피 한잔 마시며 셀카놀이도 하고...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두 다리에 힘은 없지만 우회로를 걷지는 않습니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바위길이 더 재미가 있으니까요.



바위틈에 겨우 뿌리를 내린 잣나무는 기억하기 오래이건만 언제나 크기가 그대로입니다.

안전 등산을 유도하는 나무 펜스를 넘어 우회로와 만나고...

다시 펜스를 넘어 바위를 기어오릅니다.
예전에는 로프가 있어서 도움이 되었는데...
하긴, 굳이 로프가 없어도 충분히 오를만합니다.



마지막 바위 경사면을 오르면 칼바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휴~~~
오늘은 정말 오름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오롯이 즐기면 됩니다.




좋습니다.
그냥, 그냥 좋습니다.
이래서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 참과 힘듦을 참고 올라왔습니다.


공룡능선에서 보는 왼쪽은 신불평원을 지나 영축산과 죽바우등까지...
오른쪽은 간월산을 넘어 운문산 가지산까지 깨끗하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눈이 정화되고 삶에 찌든 마음속 찌꺼기들이 다 빠져나갑니다.





공룡능선에서 셀카놀이 한번 더 하고...ㅎ


돌아보는 공룡능선 그림도 오늘은 너무 좋습니다.


공룡능선 암릉이 끝나면 나만의 쉼터입니다.
좀 이른 시간이지만 산식을 하고 갑니다.
예전에는 큰 배낭에 스프레이와 비상약품, 비상용 로프... 등 이것저것 무겁게 메고 다녔습니다만 요즘은 최소한의 먹을 것만 챙겨 작은 배낭으로 가볍게 다닙니다.


10시 45분, 신불산 정상으로 오릅니다.
2시간 30분이나 걸렸네요.


그냥 지나치던 정상부 소나무가 새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가을이 내리기 시작한 멋진 신불산 정상에 산님이 안 보이네요.

잠시 여기저기를 즐기는 사이 오른 산님과 정상 인증 품앗이를 합니다.




아침의 그늘은 시원함이 있더니 정상의 햇살은 따갑습니다.
서둘러 자리를 옮깁니다.



오늘은 줄 곧 하늘이 예술이네요.


얼른 간월재로 내려갑니다.
오늘은 신불산 정상보다 간월재의 억새가 목적이고 목표였으니까요.






언제 억새가 이렇게 다 피었습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폭염과 열대야의 여름에도 대자연은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억새밭 여기저기를 오가며 이미 내려앉은 간월재의 억새에 취합니다.
은빛털이의 하얀 억새만큼은 아니지만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이맘때의 억새도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다시 데크 쉼터로 올라섭니다.




한 컷, 한 컷 폰카에 담기는 그림들이 너무 멋집니다.




11시 36분, 이제 그만 내려가야겠습니다.



임도를 따라 걷는 여유로움이 지겨움으로 변하지 않게 코너를 돌 때마다 간월공룡능선의 암릉들이 손짓을 합니다.



간월재에서 내려서는 임도의 11번 코너를 돌면 무릎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네요. ㅎ

이후, 눈감고도 걸을 듯한 익숙한 길을 따르고...

13시, 오늘 걸음의 끄트머리 계곡으로 내려섭니다.
주인 잘못 만나 주말마다 고생하는 두발에게 보상의 시간을 주고....ㅎ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로 내려서는 것으로 걸음을 마무리합니다.
9월 첫날, 영알 가을 마중을 나섰더니 이미 가을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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