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는 지금 억새의 시즌이다.
더 넓은 신불평원으로 올라 가을의 깊이를 더하고 있는 억새걸음을 하고 왔다.

영축산, 신불산, 가지산, 간월산, 천황산, 재약산, 운문산을 통틀어 영남알프스라 부른다.
해발 1000m를 넘는 산군으로 알프스 풍광과 버금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 영남 알프스에는 가을이면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신불평원은 신불산과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억새평원으로 영남알프스 억새 중에 단연 으뜸이다.

신불평원 억새군락은 전국 최대의 규모로 장장 125만 평이나 된다고 한다.
9월에서 10월 말까지 절정을 이루는 신불평원엔 전국의 산 꾼들이 몰려드는 전국 최대의 억새평원이다.

~ ~ ~
모처럼 휴일에 쉬게 된 마눌, 영남알프스의 억새가 보고 싶단다.
그럼, 가야지~~~~ㅎ

이맘때의 간월재는 각종 행사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테고 사자평보다는 신불평원의 억새가 한 수 위일 거라 생각하고 가천리로 달렸다.
가천리의 건암사 아래 전원주택지 도로변에 주차 후 돌아보니 잔뜩 흐린 하늘아래 문수산과 남암산이 오뚝하다.

건암사 절집 앞이 들머리...

오랜만에 오름길을 삼봉능선으로 향한다.

흐린 날씨 탓에 숲길은 어둡기(?)까지 하고...
걸음 40여 분 만에 조망이 열린다.
길 옆으로 널려있는 도토리를 줍느라 시간이 한참 늦어졌다.


호랑이봉이 눈앞에 나타나고...


오른쪽 신불공룡능선은 운무에 숨어버렸다.


호랑이봉으로 오른다.


호랑이봉 경사면은 로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적당히 재미를 느낄 만큼이다.


호랑이봉에서 잠시 쉬어간다.

나아갈 남근봉을 조망하고...



오랜만에 오른 호랑이봉의 바위를 한참 즐기고...


마눌님!!
뭘 그리 보시는지?
위에는 비가 올 것 같다고요?
그럼 그만 내려갈까요?
......ㅎ



호랑이봉을 벗어나면 남근봉까지는 다시 조망이 없는 숲길이다.


남근봉이 키 큰 나무 위로 나타나고...


남근봉 남쪽의 바위면은 까칠하고 앙칼지다.


남쪽으로 빙 돌아서 남근봉으로 오른다.

전에 보이지 않던 두줄의 튼튼한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남근봉 위로 올라선다.
홈통 곳곳에 물이 고여있고...
배낭 벗어놓고 커피 한잔 하며 쉬어간다.
짧은 산걸음이니 느긋하게 즐기며 걷는다.


지나온 걸음을 돌아보고...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듯한 검은 구름이 띠를 만들고 있다.


운무의 높이가 자꾸만 내려오고 있다.
실컷 놀다가 뒤늦게 마음이 바빠진다. ㅎ
신불재와 신불산 방향은 아예 운무에 숨어버렸다.


남근봉에 두 분의 산님이 오르고...

남근봉을 한번 더 돌아보고 걸음을 옮긴다.

돌탑이 있었는데 누가 무너뜨렸을까?


헬기장을 지나고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으로 올라선다.



짙은 운무가 물기를 흩뿌리고 있으니 억새는 잿빛을 만들어 버렸다.
신선대와 아리랑. 쓰리랑릿지를 품은 1046봉을 옆으로 지나고...




신불평원의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더 넓은 신불평원의 억새는 싸릿대와 미역줄 등, 잡목들이 억새군락을 갉아먹고 있다.




단조늪 주변으로도 덤성덤성 잡목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금강골에서 오르는 안부를 스쳐지나고...


골바람을 버텨내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나무는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신불평원의 억새는 이미 은빛의 비늘털이가 진행된 상태다.





영축산 정상으로 오른다.
물기를 머금은 짙은 운무와 능선을 넘어가는 바람이 몸을 급격하게 식힌다.
얼른 정상을 인증하고 돌아내려 가기로 한다.





정상석을 중심으로 사방이 짙은 운무에 갇히고 있다.

한번 더 돌아보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정상을 벗어나 금강골의 바람을 등진 바위옆에 숨어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기대했던 억새는 모자라지만 길 옆으로 구절초는 도열을 하고 있다.




산부추와 구절초의 인사를 받으며 삼봉능선 갈림길로 돌아온다.


신불재로 내려서는 덱계단...
이슬비처럼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볼을 때린다.


맑은 날씨에 파란 하늘이었다면 억새물결이 볼만했을 텐데...ㅎ


신불재에는 고르지 않은 날씨에도 여러 산님들이 쉬고 있다.
멈춤 없이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신불산 방향의 억새도 날씨 탓에 그 아름다움은 반감되고...



하산길의 전망터, 운무에 숨어버린 신불릿지와 공룡능선을 조망하고...

신불릿지 초입이 있는 계류를 지나고...


한번 더 계류를 지나면 걸음의 끄트머리다.
이내 곧 신불산 이도사 집 앞을 지나고...


들머리였던 건암사 앞으로 내려선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짙은 운무가 심술을 부리는 통에 원하는 억새를 마음껏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맘때면 한 번쯤 찾고픈 영남알프스 억새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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