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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영축산군

2023년 10월 8일. 가을색이 시작되는 신불산

영알사랑 2023. 10. 9. 02:47

훅 들어선 가을의 가운데...
영알의 억새를 보기 위해 신불산을 찾았다.



칼바위 주변으로는 어느새 가을색이 나타나고 있었다.


영알의 대표되는 억새라면 간월재나 사자평, 신불평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휴일에 찾는다면 인산인해를 이룰 대표지들의 북적거림이 싫어 피하고 싶다.
그나마 신불재는 좀 덜하리라.
오랜만에 칼바위도 걸어보고 딴짓(?)도 겸하려니 신불산이 딱이다.



9시 20분, 건암사 앞에서 걸음을 시작한다.


신불산 이도사 집 앞을 지나고...


계류를 건너면 곧바로 우측 비탈로 오른다.
그나마 조용히 걷기에는 이쪽 길이 좀 나은 편이다.



30분쯤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능선으로 올라선다.
시원한 바람도 좋고 건강해 보이는 명품솔이 반겨주니 더더욱 좋다.



저만치 아래 등억온천 지구와 복합웰컴센터,
산악문화관 앞에는 가을 축제를 준비하는지 구조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험로와 우회로의 갈림길...
우측 험로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즐김의 시간이 시작된다.



겨우 지나갈만한 바위구멍도 지나고...
살짝살짝 물들고 있는 가을색이 반갑기만 하다.


그중엔 나처럼 성질 급한 녀석도 있나 보다.


된비알을 오를 땐 땀이 날 정도이더니 암릉으로 오르니 능선을 넘는 바람도 차고 이슬비도 날리고...
마눌은 어느새 방풍의를 걸쳐 입는다.



생각했던 딴짓(?) 거리는 이미 선수를 뺏겼다.
혹시 마가목 열매를 취할 수 있으려나 했었는데 한발 늦었다.
앞선 손길들이 놓친 몇 그루에서 겨우 한 봉지를 만드는 정도...



깎아지른 단애 안으로 잠시 들어가 본다.
이쪽 걸음 때는 거의 들리는 코스지만..

50% 축소를 해야만 폰카에 거대한 바위를 다 담을 수 있다.


12시, 단애를 돌아 나와 칼바위로 오른다.


잔뜩 흐린 날씨, 능선을 넘는 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만들 정도다.
칼바위 칼등에서 엉금엉금(?) 사족보행을 하는 여성분의 엄살을 들으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칼바위 주변으로는 제법 가을색이 묻어난다.
서둘러 자신을 뽐내려는 나무들이 단풍색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색이 도와준다면 멋진 그림들이 그려졌을 텐데..
조금은 아쉽지만 그건 하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거기에 순응하고 감사하면 된다.



칼바위 구간의 끄터머리, 늘 그래듯이 나만의 쉼터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다.
비바람이 생기고 있으니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이곳이 명당이다.



12시 45분, 신불산 정상으로 오른다.


산정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듯한 날씨다.
잔뜩 흐린 날씨지만 정상을 인증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산님들이 제법이다.
살짝 틈을 비집고 정상석만 담는다.



마눌은 정상석을 비켜 돌탑 옆에서 한 컷~~
내가 좋아하는 구절초가 얼마나 이쁜지 산행 내내 폰카에 담고 코끝을 들이댄다.



바쁜 정상석은 비켜두고 돌아 나와 신불산 빗돌 앞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하산을 시작하는데 날씨가 심술을 부린다.
바람이 강해지고 빗방울이 섞인 운무가 몰려온다.



신불재로 내려서는 낡은 데크계단이 깔끔하게 보수가 되어 있다.


간월재보다는 규모나 화려함은 덜하지만 북적거림을 피할 수 있는 신불재의 억새들...


지나치게 인위적인 데크길이 흠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막아놓지 않는다면 밟고 눕히고 엉망이 될 것이 뻔하니 인정하고 감수할 일이다.


1시 05분, 날리는 비바람이 신경 쓰여 삼봉능선으로 가지 않고 편하게 하산길을 잡는다.


바람이 부는 대로 이쪽으로 저쪽으로 순응하고 몸을 맡기는 억새가 "인생살이도 그렇지 않냐"라고 물어보는 것 같다.


여전히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쉼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샘터와 돌배나무 주변으로 데크 쉼터는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


문수암 아래를 지나고 분위기 좋고 걷기 좋은 유순한 하산길이다.


신불릿지와 칼바위 능선을 조망하고..


2시 35분, 건암사로 내려선다.


오랜만에 산걸음이었다.
영알의 억새가 보고 싶어서, 가늘어지는 두 다리가 걱정스러워서, 혹 이맘때 얻을 수 있는 게 있나 싶어서 나선 신불산 걸음이었다.

언제 찾아도 어느 능선에 기대어도 내 응석들을 받아주고 품어주는 영알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