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지는 7월 둘째 일요일, 모처럼 비가 쉬어간다니 영알이나 걸어야겠다.
어딜 갈까 망설이다 '신불산 칼바위나 올라야지...' 마음먹는다.

1월에 상고대를 본 후 6개월 만이다.

혹시나 운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만큼의 운해가 만들어졌다.

자정이 지나 퇴근 후 잠을 설치다가 일찍 나섰더니 복합웰컴센터에서 7시에 걸음을 시작한다.


영알의 품속으로 훅~ 빨려 들어간다.



홍류폭포로 들어서는데 벤치에 나뭇잎을 닮은 나방이 눈에 들어온다.


장마기간이라 잦은 비로 홍류폭포는 제법 수량이 풍부하다.




폭포에서 한참을 놀고서야 칼바위로 가는 된비알을 치고 오른다.
중간중간 돌아보니 운해가 만들어지고 있다.





혹시나 하고 운해를 기대했었는데ᆢ ㅎ
완벽한 층을 만들어놓은 운해는 아니지만 이만해도 고마울 뿐이다.


풍덩 빠져보고 싶은 대자연이다.
올려다보니 칼바위나 정상부는 아직 온전히 드러나 있다.



전망바위마다 올라서 뒤를 돌아보고 또 본다.






9시, 칼바위로 올라선다.
오랜만에 산행이고 장마철 높은 습도 때문에 힘들긴 하다만 여기까지 오는데 2시간이나 소요되었다.
진짜 저질체력이다. 어쩌다 이렇게까지.....ㅎ




칼바위 구간도 올라오면서 보던 그림과는 달리 앞뒤 없이 짙은 운무에 갇혀버렸다.


힘들지 말라고 지치지 말라고 영알의 너른 품이 만들어놓은 야생화들이 힘없는 발걸음을 응원을 하고 있다.




올라오는 내내 노각나무 꽃은 등로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렇게 칼바위 구간도 다 지나왔다.
멋지고 웅장한 모습은 꽁꽁 숨겨두고 다음에 다시 와서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칼바위 구간 끝에서 아침을 겸해서 간단히 에너지를 보충한다.


꿩의다리, 노루오줌, 원추리 등 여름꽃들이 길가에 나와서 어서 오라고 손짓이라도 하는 것 같다.


9시 55분, 신불산 정상으로 오른다.



잠시 기다려 다른 산님께 부탁해서 한컷의 흔적을 남겨본다.



오름길 내내 산님을 만나지 못했었지만 휴일 신불산이 이렇게 조용하니 좀 이상했다.


싸리꽃도 이쁘고 줄기로 등로를 덮어버리는 성가신 미역줄꽃도 이쁘다.
하긴, 이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하산길에도 길 옆으로 갖가지 야생화들이 도열을 하고 있다.




억새밭에 핀 나리꽃도 길 옆에 자리한 꿀풀도 나름 저들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한번 봐달라고 추파를 던지고 있다.



10시 35분, 간월재로 내려선다.
몇 걸음 앞도 보여주기를 꺼리던 운무들이 이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다.



여름철 걸음은 너무 무리하면 안 돼요. ㅎ
늦은 오후에 있는 모임을 핑계 삼아 긴 걸음은 피하고 하산을 한다.



동자꽃은 오랜만이라 더 반갑고...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좌우로는 산수국이 쉼 없이 나타난다.



오!! 하늘나리도 만나네~
산수국은 보라색과 분홍색이 번갈아 뽐내음을 한다.
간월재에서 내려가는 임도에 산수국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포장된 임도를 걷는 게 허리와 무릎에 부담이 가서 쉽지는 않은데 오늘 같은 날은 샛길이 미끄러우니 어쩔 수 없이 전구간을 따라 걸었다.


계류를 건너고 이어 아침에 지났던 홍류폭포 갈림길을 지나고...


11시 55분, 클라이밍장으로 내려선다.

지난달 가지산 이후 한 달 만에 찾은 신불산...
셀 수 없을 정도로 신불산을 찾았지만 오늘처럼 땀 흘리고 힘들게 오른 적이 있었나 싶다.
어쩌다 체력이 이만큼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지...ㅠ.ㅠ

한 달만의 산행이 꽤나 힘들었지만 5시간을 품어준 영알에게 또 감사를 보낸다.
더불어 행복한 걸음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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