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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영축산군

2022년 6월 26일. 강풍과 운무에 묻힌 신불산의 새벽...

영알사랑 2022. 7. 3. 11:46

6월 마지막 일요일, 폭염을 피해 어둠 속으로 신불산을 올랐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밤길을 걸어서 신불산으로 go go ^^

혹시 일출을 볼 수 있다면 그건 덤(?)이고....

예보상에는 영알의 정상에서는 일출이 없다고 나와 있지만 일출의 욕심보다는 간월재를 넘어가는 밤공기가 그리워서,

더없이 시원한 데크에서 맥주한캔 마시며 누워있다가 일출 시간에 맞춰 신불산으로 오르리라 생각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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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웰컴센터 앞 하늘에는 구름 반, 별 반이다.

이 정도만 유지된다면 어쩌면 일출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희망에 부푼다.

 

 

풀벌레의 음악회를 순간순간 멈추게 하는 내 발자국 소리와 렌턴 불빛만이 어둠을 뚫는다.

 

 

지겨운(?) 임도를 콧노래 하나로 위로하며 오르기를 반복....

간간이 보이는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 채우고 바람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간월재로 오른다.

매점의 냉장고 불빛만이 겨우 모습을 보이는 간월재....

시원한 바람과 별빛을 희망하고 올랐건만 어디 한 곳에 발을 세우지 못할 만큼 강풍이 매섭다.

운무는 또 얼마나 심한지... ㅠ.ㅠ

 

 

데크에는 앉을 엄두조차 낼수가 없었다.

매점 벽면에 앉아 겨우 바람을 피해 맥주 한 캔으로 씁쓸한 위로를 한다.

등억 온천지구나 언양 시가지는 그나마 문명의 흔적이 불빛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  신불산의 일출은 고사하고 정상까지의 산행마저도 고민을 해야 할 판이다.

간월재의 밤공기에 열대야 단어를 잊고 맘껏 행복하고 싶었는데....

짙은 안개가 강풍을 만나 나무나 풀잎은 비를 맞은 것과 같이 젖었다.

내 옷이 젖고 배낭이 젖고 얼굴이며 머리카락이 비를 맞은 것처럼 축축해 온다.

 

 

몸이 휘청거리는 강풍과 운무를 뚫고(?) 신불산으로 오른다.

 

와!!!  이런 강풍속에도 정상부 앞뒤 데크에는 열동의 텐트가 밤을 버티고 있었다.

이분들의 열정은 밤을 걸어오는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 같다.

 

 

4시 50분, 지금쯤 동쪽하늘은 불덩이를 올려 보내려고 붉음으로 바뀌고 있을 시간인데.....

예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나 자신이 일어나지 않을 꿈을 꾸고 있었을뿐....ㅎ

 

 

없을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20분쯤 정상을 서성거린다.

 

 

공룡능선으로 내려갈까...

칼바위 구간은 강풍과 짙은 운무로 엄청 위험할 텐데.....

에이~~  괜히 객기 부리지 말고 안전하게 돌아가자. 오늘만 걷고 끝낼 산 걸음도 아닌데.....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린다.

 

 

5시 10분, 하늘이 허락했다면 뜨거운 일출이 일어나고 있을 시간인데....

다시 간월재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여태껏 신불산 산 걸음 중 간월재로 올랐다가 간월재로 되돌아 내려온 경우는 없었던 것 같은데..... ㅎ

어쩌다 보니 이런 경우도 생기는구나.  

 

 

운무의 짙음은 전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더 심해지는 듯...

 

 

5시 35분, 간월재로 내려선다.

몸을 날릴듯한 바람도 잦아들고 운무도 조금은 옅어지고 있다.

 

 

열대야를 간월재에서, 그리고 신불산의 일출을... 그건 욕심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임도를 따라 하산한다.

 

 

저 멀리 사람 사는 세상들은 잿빛의 폭염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저 현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6시 45분, 클라이밍장 앞으로 내려선다.

나무숲을 벗어나자 훅~~~ 열기가 얼굴에 다가온다.

그래 이게 현실인 것을.....ㅎ

돌아보니 아직도 신불산 간월산 간월재는  6~7부 위로는 짙은 운무 속에 숨어있다.

보고 싶고 느끼고 싶었던 것들을 다 보고 느끼지는 못했지만 어둠 속을 혼자 걸을 수 있게 허락해준 영알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