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 휴일, 신불릿지로 신불산을 올랐다.

21년도 끝을 향해 달리는 12월,
며칠간 이어지던 추위가 한풀 꺾인 나들이 하기 좋은 날씨가 만들어졌다.
어딜 갈까(?)... 딱히 목적을 가지지 못한 고민과 갈등은 당연하다는 듯이 일상처럼 되어간다.
일단 나서고 보자며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서는 시간이 9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

무작정 잡은 핸들이 언양을 지나 가천으로 향하고 있다.
그래, 오랜만에 신불릿지로 신불산이나 올라야겠다.
시작이 늦어진 만큼, 짧게 재미있게 걸을 수 있는 코스가 이만한 곳이 있으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만들어진 여건을 합리화한다.

산비탈을 파헤쳐 조성(?)된 전원주택지 공터에 주차 후 걸음을 준비한다.
오를 신불산 방향은 더없이 깨끗한 하늘과 바위그림이 손짓하고...
돌아본 시가지와 문수산 방향은 아침이 만든 흐릿함으로 띠를 만들어 놓았다.


건암사 옆으로 시작하는 걸음...


신불산 이도사님 대문(?)과 영남알프스 산행 안내도를 스치듯이 지나고...
이어 계류를 건넌다.


며칠간 영하로 떨어지더니 날씨가 많이 풀렸다.
걸음 시작하고 10여분이 못되어 재킷을 벗어야 했다.

두 번째 계류를 건너기 직전, 이정표 뒤로 들어서야 신불릿지로 갈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름아름 그들(?)만이 찾는 길이었는데 이제는 걷는 이들이 달아놓은 시그널이 보기 흉할 만큼 많이 찾는 길이 되어 버렸다.


너덜과 덤성덤성한 숲길을 한참 가로질러 오르면 신불릿지를 알리는 산악구조대의 위치 좌표를 만난다.
여기서부터 칼바위 옆구리까지는 딱히 정해진 길이 있는 게 아닌 만큼 손과 발이 닿는 대로 오르고 내리고 즐기면 된다.




앞으로... 옆으로...
올랐다가 내려서고 또 올라서기를 반복한다.





사면을 끼고 오르면 만나는 직벽,
↓. 이곳은 내가 오를 수 없는 바위, 로프만 달아 놓는다면 도전해 봄 직도 할 텐데..... ㅎ


조금 더 왼쪽으로 진행하면 홀로 서 있는 잣나무 옆으로 오를 수 있는 바위길이 열린다.
↓. 이 정도는 나도 오를 수 있으니 ㅎ..


올라서서 돌아보면 올라섰던 바위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마냥 쉽지만은 않은 바위군들이다.





저만치 위로 칼바위 능선이 깨끗하게 시야에 들어오고...




신불릿지의 마지막 바위군에서 햇살을 받으며 커피타임을 가지는데 하늘에는 10여 마리의 독수리가 군무를 하고 있다.
설마 나를 먹잇감으로 설정하고 있지는 않겠지...ㅎ

칼바위로 오른다.
능선을 넘어 피부에 와닿는 공기가 다르다.
신불릿지에서 놀 때는 따스함이 살짝 땀으로 바뀌기까지 했었는데.... 서둘러 배냉에서 재킷을 꺼내 입는다.




멋지다!!!
참 멋지다!!! 를 반복하지 않을 수 없다.


신불릿지를 오르면서 칼바위 능선 아래쪽으로 우회하는 산님들이 눈에 들어오고
칼바위로 올라서서도 앞쪽에 두 세분 뒤쪽에 한 분의 산님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더니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칼바위 북서쪽 바위면에는 된서리가 눈처럼 쌓여있어서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신불 정상으로 가기 전 마지막 바위구간...
오른쪽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영알의 그림이 너무 아름답다.



신불 정상으로 오른다.
늦게 오른 정상의 그림이니 여러 산님들이 있음은 당연하리라...


서둘러 인증하고 자리를 비운다.


날씨가 포근하면 따라오는 탁함들....
낮이 되면서 아침의 깨끗함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다.

신불재를 지나 영축 방향으로 좀 더 걸을까 말까...


잠시의 망설임, 바로 하산하기로 한다.


억새는 이미 은빛의 가을을 잃어버렸다.
아니, 더 아름다운 겨울을 만났다.



낙엽이 지고 나니 문수암이 등로 옆으로 살짝 드러나고...



하산길 등로 좌측으로 잠시 열리는 조망터에서 오름길이었던 신불릿지를 한눈에 담아본다.

↑. 오름길의 신불릿지 들머리로 내려서고....
산 아래쪽은 간벌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건암사로 내려선다.
신불산을 가장 짧게 오를 수 있는 건암사 방향의 산행...
쉬운 길을 살짝 벗어나 신불릿지를 놀이터 삼는 산행은 늘 재미가 곱빼기다.
막상 산 걸음을 시작하면 그 재미에 푹 빠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어디를 갈까로 망설이게 된 나의 산 걸음...
계절별 테마나 목표하는 지향점을 좀 더 만들어야 할 텐데....
문수산 남암산 방향과 시가지가 기온이 올라도 탁함이 두꺼워지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안개 띠가 만들어진 아침보다 오히려 좀 더 깨끗해 보이는 삶의 시가지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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