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철쭉 시즌... ^^
오랜만의 산걸음에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결정한 산이 황매산이다.
황매산을 한두번 찾은 것도 아닌데... ㅎ
그래도 이맘때면 더넓게 펼쳐진 황매산 철쭉을 만나고 싶어 진다.
돛대바위로 올라 득도, 순결 바위로 내려서는 암릉도 그리워지고....
3월, 얼레지를 만나고 나서 말썽을 부린 무릎 때문에 내내 산 걸음을 못하고 있었다.
눈꽃을 만나고자 연거푸 가지산을 오를 때부터 이상 조짐을 보이던 무릎이 더디어 탈이 나고야 말았다.
유일하게 즐겨하고 좋아하는 게 걷는 것인데...
한 달 넘게 출퇴근도 걷는 게 힘들어 자전거를 이용해야만 했었다.
오랜만에 걸음이니 무릎에 신호가 나타나면 미련 없이 하산하기로 하고 합천으로 새벽을 달렸다.
7시 30분, 모산재 주차장 주차 후 걸음을 시작...
오늘은 혼자 걸음이라 유유자적, 오로지 나 자신의 흐름에 따르면 된다.
돛대바위를 올려다보니 오랜만에 산 걸음이 설렘으로 바뀌고... ㅎ
낮이 되면 황사가 몰려와 대기가 탁해질 거라는 예보에 조금이라도 깨끗한 그림들을 보고자 괜히 마음만 바빠진다.
무릎을 생각하면 천천히 걸어야 할 텐데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가쁜 숨 몰아쉬며 돛대바위로 오른다.
오랜만의 걸음이라 그런지 스스로 듣기에도 거북할 정도의 거친 숨소리를 내뱉게 된다.
미세먼지와 안개로 아래쪽은 뿌옇게 보이고...
8시 30분, 모산재로 오른다.
한 바퀴 빙~ 둘러서 하산길에 들리겠지만, 혹시나 길게 걷고 싶어 지면 방향이 달라질 수 있어서 미리 한 컷 남겨두기로...
모산재에서 황매산 정상 방향을 조망한다.
그래도 해발을 조금 높이니 파란 하늘이 그려져서 기분이 좋다.
1 철쭉 군락지로 올라선다.
이곳은 이미 절정의 시기를 지나고 조금은 볼품없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긴, 2 군락지와 황매평전의 철쭉을 보려면 1군락지는 이미 지고 있어야 정상이다.
코로나 19도 그렇고 북적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내 성격...
상춘객으로 붐비는 걸 피하고자 조금 일찍 서둘렀건만 황매의 철쭉을 만나고자 달려온 사람들로 시끌벅적인다.
2 군락지는 확실히 절정의 시기가 맞다.
단, 냉해를 입어서 피우지 못하고 검게 타버린 몽우리와 핀 꽃들도 짙은색이 만들어지지 않는 건 조금 아쉽다.
황매산의 철쭉을 보기 위해 4~5번을 찾았지만 매번 환경이 다르고 철쭉의 상태가 다르게 보인다.
대자연의 다양함 앞에 한낮 미물인 인간은 바라지도 바꾸지도 말고 그저 따르고 순응하면 된다.
옛 산불감시 초소가 있던 곳이 근사한(?) 전망대로 바뀌면서 유독 밀집된 자리로....
슬며시 피해서 멀리 그려지는 그림만 담고서 이동한다.
배틀봉으로 오르면서 뒤돌아보고...
배틀봉에서 황매평전과 정상을 지나 삼봉 상봉으로 이어지는 황매산의 멋스러움을 담아 본다.
다행히 아직은 황사의 탁함이 밀려오기 전이다.
서둘러야지~~~ㅎ
확실히 올해도 냉해의 피해를 입었음을 황매평전 군락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꽃몽우리 중에 활짝 피우는 꽃은 절반도 안될 것 같다.
얼어서 검게 타버린 몽우리가 훨씬 더 많아 보인다.
스멀스멀 탁함이 몰려오는 걸까??
점점 더 뿌옇게 바뀌는 대기를 시시각각 느끼게 된다.
여기저기를 오가며 좀 더 보고 느끼고 싶건만 마음이 바빠서 몸은 황매산 정상으로 가고 있다.
장딴지 근육은 긴장으로 차오르고, 금방이라도 멈춰버릴 것 같은 거친 숨소리는 가슴을 조여 온다.
적당히 틈을 이용해 추월하고 두 계단씩 걷기도 하고... ㅎ
가파른 계단을 오름은 늘 힘들지만 은근히 희열을 느끼게 만든다.
아직은 내가 살아있다는 자신감이랄까??
아!!!! 뒤돌아 보니 저 뒤쪽과 아래쪽은 벌써 뿌옇게 탁함이 시작되어 버렸다.
새로 세워진 정상석을 인증하려는 산님들로 긴 줄이 만들어져 있다.
비좁은 정상 바위 위에서 인증샷을 남기던 위험천만의 모습이 사라져서 참 다행이다.
10시 10분, 황매산 정상으로 오른다.
주말이나 휴일에 온전히 정상을 차지하기란 어불성설...
줄지어 인증샷을 남기는 틈에서 적당히 정상석만 담는 것으로 만족한다.
멋스럽게 세워진 새로운 정상석이 바빠지니 옛 정상석은 한결 여유롭다.
주변 산님께 부탁해서 정상 인증을 해 본다.
얼굴이 들어간 오늘의 첫 사진이자 마지막 사진이다.
늘 가지고 다니던 미니 삼각대도 없고, 코로나 시국에 사진을 부탁하는 것도 부담이라... ㅠ.ㅠ
서둘러 북적이는 정상을 벗어난다.
황사의 탁함이 더 짙어지기 전에 삼봉과 상봉으로 쉼 없이 걸어갈 생각이다.
삼봉을 지나 상봉 정상....
정상 쉼터에서 점심을 먹을까 생각했지만 몇 분의 산님들이 쉬고 있어 패스~~
맑은 날이면 합천호의 그림이 참 멋지게 그려지는데....
황매산 합천 쪽의 은행나무 주차장과 오토캠핑장도 뿌옇게 흐려져 있다.
예보에 점심 무렵부터 황사가 밀려올 거라더니 틀림이 없다.
탁함이 더 짙어지기 전에 하산을 서두른다.
12시 20분, 오토캠핑장으로 내려선다.
다시 1 군락지로 돌아오고....
모산재로 내려선다.
건너편 돛대바위를 조망하려니 황사로 대기의 탁해짐을 실감하게 된다.
더없이 웅장하고 멋스러운 황매산 기적길 암릉을 따라 내려간다.
득도 바위도 순결 바위도 오늘은 스치듯이 지나고...
영암사와 영암사지로 내려서고....
13시 30분, 모산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무릎이 신경 쓰여 걷는 내내 불안함을 안고 걸었었는데 다행히 시큰거림이 나타나지 않았다.
황사로 대기가 탁해지기 전에 철쭉 군락지와 정상을 올랐으나 하산길에는 탁함을 피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산행에 설렘과 부담이 함께한 황매산...
오래오래 좋아하는 산 걸음을 이어가려면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아껴 부려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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