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섣달 그믐날, 기해년 설 전날이라 더없이 조용한 백운산을 찾았다.
오늘 산걸음은 소나무릿지 겉돌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휴일 시간이 어중간해서 긴걸음을 못하고 간단히 산의 재미를 느끼고 싶을때면 찾는 백운산...
못해도 일년에 두 세번은 찾는 백운산이건만 중앙벽 하단에서 오르는 소나무릿지는 아직 맛을 보지 못했다.
전문 암벽꾼이 아닌이상 어차피 맛보기나 겉돌기밖에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오늘은 중앙벽 하단과 소나무릿지 겉돌기를 해 보았다.
텅텅 비어있는 호박소 주차장에서 걸음을 시작...
구 울밀로로 올라선뒤...
도로를 따라 10분남짓 내려간다.
얼음골사고 주산지 표지석이 있는 쉼터로...
오늘 내 놀이터(?)가 될 백운산 중앙벽(일명, 백호바위)...
그 중에도 좌측 삼각형 모양의 바위를 일컬어 암벽산행을 위주로 하는 소나무릿지라 부른다.
얼음골 사과주산지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본격적인 산걸음을 시작한다.
백운산 방향 이정표가 있는 곳보다 아래로 10m쯤 위치, 소나무릿지 초입이다. (평소 소나무릿지 이정표가 있었는데 오늘은 없었다)
위로 올라가 소나무릿지 암벽 초입에서는 꾼(?)들의 길이 아닌, 옆으로 빙빙돌면서 최대한 들락거리면서 맛보기만 하면 된다.
암벽을 타는 꾼들이 다니는 길이라 길은 선명하다.
소나무릿지 하단에 도착...
여기서부터는 좌우로 오가며 놀기만 하면 된다.
암벽을 타는 중앙부는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었지만 다행히 우측으로는 소나무 사이로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간접적인 맛은 볼 수 있다.
조망이 되는 곳은 어디던 올라서고 내려서고, 쉴만한 곳은 쉬어가면 된다.
소나무릿지 맛보기를 잠시 미루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중앙벽 하단을 걸어가 본다.
중앙벽(백호바위)하단으로 걷기 좋은 등로가 확보되어 있다.
햐 ! ! ! ! !
여기서 올려다 보는 그림도 참 좋다.
휴일이었다면 스파이더(?)꾼들이 줄지어 바위에 붙어 있었을텐데....
중앙벽 하단을 쭈~욱 걸어서 동쪽 끝까지 갔다가 돌아와 일반 산행으로 오를 수 있는 코스를 찾는다.
중앙벽 한백암의 본거지(?)까지는 로프를 따라 오른다.
이곳이 한백암의 본거지(?)
백운산 중앙벽 한백암 개념도에는 그냥 밖에서 보던것과는 달리 엄청 다얀한 루트의 코스가 안내되어 있었다.
코스명 피치, 난이도, 개척자 등등...
셀카봉 삼각대 세우고 인증샷을 남기고 ...
다시 서쪽으로 이동...
오른쪽 앞으로 바위에서 언뚯 사람 얼굴이 보인다.
이곳은 아마도 암벽꾼들의 화장실인듯... ㅎ
중앙벽에서 서쪽으로 한참을 나오면 멋진 조망터가 나온다.
뿌리내림이 특이한 명품솔이 자리잡은 곳, 이곳이 소나무릿지 상단으로 보인다.
잠시 몇걸음 아래로 다시 내려가서 조금전에 올랐던 릿지 하단을 확인하고 다시 오른다.
소나무릿지 상부는 아주 멋진 조망터다.
저만치 아래는 케이블카 승강장과 얼음골 주차장이 한눈에...
멋진 조망터인 소나무릿지 상단을 뒤로하고 위로 올라간다.
구들장 돌처럼 넓적한 바위들을 거쳐 오르면 다시 중앙벽 전체가 한눈에 들어 온다.
흐릿한 걸음의 흔적을 들추어 한걸음 한걸음 오른다.
여기만 찾으며 명품솔이 있는 슬램으로 가는길 찾기는 O.K ... 이후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간간히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부터 오름은 나름 까칠한 곳이 한 두군데 있었다.
멋진 소나무 아래, 더없이 멋진 쉼터도 있고...
중앙벽의 옆면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이 멋진 곳에서 한참을 쉬어 간다.
저 위쪽이 백운산 최고의 명품솔이 있는 곳인것 같다.
아래로는 조금전까지 중앙벽 하단을 오갔던 등로도 눈에 들어 온다.
미니 삼각대 설치하고 한참을 놀고 간다.
타이머 설정한 폰카메라는 스마일을 외칠때마다 연방 찰칵찰칵 거리고...
까칠한 구간에는 석이버섯이 제법....
이 등로에 사람이 잘 찾지 않는다는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자연이다.
명품솔이 있는 슬램으로 올라선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세그루의 명품솔이었는데 두 그루는 이미 고사목으로 변해버렸다.
명품솔의 마당이 되고있는 슬램을 밟고 능선으로 오른다.
겨울이라서 그런걸까? 가뭄이 심해서 그런걸까?
명품솔의 잎색에 노란색이 많이 묻어 난다.
햇살이 좋은 슬램 위쪽 능선에 않아서 커피한잔 마시며 여유를 부려 본다.
걷고 싶은 길을 걷고, 맘껏 경치에 취하고, 쉬고 싶을때 쉬는 이런 산행이 진짜 산행이 아닐까?
백운산 숨은벽이 저만치 아래에 보이고...
백운산 정상이 코앞에 나타난다.
두 분의 산님이 양지바른 바위에 앉아 있다.
백운산 정상으로 오른다.
일년에 두세번은 찾는 백운산이지만, 언제 찾아도 바위경치와 명품솔이 많은 멋진 산이다.
오름길이 재미있고 멋있는 암릉이라 지루할 틈이 없는 명품코스다.
범바위와 용수골 뒤로 보이는 가지산이 깨끗하게 보이고...
구룡소폭포 방향으로 내려간다
↑. 운문산과 뒤로 문바위, 북암산이 조망되고....
↓. 능동2봉 뒤로는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살포시 올라서 있다.
능선 갈림길에서 주먹바위 방향으로 내려간다.
응달의 등로에는 2월 첫날 내렸던 눈이 아직 남아 있다.
바람이 피해가는 햇살좋은 소나무 아래, 간단한 점심을 한다.
오늘 점심은 제주 오메기떡 두개에 커피 한잔...
주먹바위... 다시봐도 너무나 흡사한 사람의 주먹이다.
구룡소폭포
전전날 내린 눈이 녹아서 그런지 겨울가뭄이 길었는데도 물이 졸졸 흐른다.
삼양교로 내려선뒤, 도로따라 가다가 좌측으로 가드레일을 넘어 호박소로 내려간다.
호박소에도 관광객이 없다.
설명절의 위력일까?
이후 백연사 앞으로 내려서는것으로 산행을 마무리 한다.
백운산 중앙벽의 소나무릿지 맛보기를 위해 걸음한 섣달 그믐날 산행, 길지않은 코스를 길게 걸었다.
길게 걸은만큼 여유로움이 행복으로 승화되는 산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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