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겨울, 드디어 영알에도 첫 눈이 왔다.
얼른 달려가 첫 눈 맞이를 해 본다.
때이른 한파가 찾아와 몇일을 머물다 가고, 잠시 누그러진 날씨를 보이는가 싶더니 12월 11일에는 전국적으로 비와 눈이 내렸다.
울산에도 11일 저녁때까지 빗줄기가 오락가락했다.
오후가 되면서 조금은 쌀쌀해진 날씨였으니 분명 영알에도 첫눈이 내리고 있으리라.
야간근무후 심야시간에 퇴근, 몇시간 자는둥 마는둥... 12일, 새벽같이 영알의 맏형 가지산으로 달려본다
석남터널에서 걸음을 시작한다.
터널아래 상가지구에 도착무렵 해가 떠오른다.
오후 출근이 아니라면 석남사 주차장에서 가지산을 온전히 한바퀴 돌아 볼텐데....
간단히 걷기엔 조금은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조금 서둘러 걸음한다면 영알의 첫눈 맞이를 하고 오후 출근을 할 수 있으리라.....
어제까지 깨끗하던 공기는 다 어디로 가고 오늘부터 또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뿌연 하늘로 해는 오르고...
시작부터 가파른 덱계단이라 가쁜숨 몰아쉬며 능선으로 올라선다.
코재위로 하얀 꼬깔을 덮어쓴 영알의 첫 눈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윙윙거리며 능선을 넘어가는 바람소리, 몸을 날릴듯한 바람이 오늘의 최대적이 될것 같다.
↑ 살티에서 오른는 길과 만나고...
↓ 석남주차장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고...
옛 석남대피소가 있던 쉼터에서 바라본 정상부 ...
석남대피소 옆, 살짝 눈발이 깔린채 능선을 넘어가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오늘 가지산의 일기는 낮에도 영하 5~6도, 바람은 초속 15~6 미터로 나와 있다.
철쭉군락지로 오른다.
여기서부터는 눈구경이 시작된다.
중봉으로 올라선다.
시시각각 짙은 운무가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
오늘은 구름한점없는 맑은 하늘이라고 했는데, 기온차로 능선을 넘으며 만들어지는 이놈의 운무가 정상부를 열어줄 것 같지가 않다.
단 10초도 같은 그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 바람이 볼을 때리고 하늘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 또 반복...
제아무리 추운들, 강풍에 몸을 가누기 힘든들 어떠리....
정상이 깨끗하게 보이지 않으면 또 어떠리....
영알의 첫눈이 이렇게 멋지게 내렸고, 오후 근무라 마음은 바쁘지만 이 속에 내가 서 있을 수 있다는 그자체만으로도 충분한걸...
눈꽃을 만든 나뭇가지 사이로 정상부가 흐릿하게 보인다.
하늘은 여전히 심술을 부리고 있고...
걸어온 중봉 방향도 흐릿하기는 마찬가지...
조금씩 걷히는 정상부 하늘은 마음을 설레게 하고, 걸음을 바쁘게 한다.
정상부에는 서너분의 산님이 자리하고 있는듯...
산호초같이 잔가지에 붙은 눈들은 마냥 이쁘다.
정상으로 오른다.
바람이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데 정상은 인증은 해야겠고, 좀전까지 보이던 산님들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순간 하늘이 열렸다.
멋지다. 춥다. 그래도 더 머물고 싶다. 한컷 더... 한컷 더....
한순간 하늘은 또 닫히고, 겨우 한두컷의 사진을 남기고 서둘러 정상을 벗어난다.
손은 시리고, 볼은 따갑고....
잠시 바람이라도 피할곳이 있어야 커피라도 한잔 마실텐데....
겨우겨우 인증을 하고 정상부를 한바퀴 돌아 내려간다.
대피소앞에서 헬기장으로 가려고 했으나 바람을 이겨내기 힘들어 하산을 결정해 버리고 만다.
올겨울 첫눈인데, 이런 멋진 그림들을 좀 더 즐기고 있어야 하는데....
아쉽, 아쉽, 또 아쉽....
다시 정상을 밟은뒤 서둘러 하산한다.
쌀바위 방향의 능선 그림도 너무 아름답다.
이렇게 첫눈이 멋지게 내리다니...
하산걸음, 여전히 아름다운 첫눈을 즐긴다.
점점 더 주변이 밝아지고 하늘도 열리고...
중봉으로 내려선뒤 돌아보는 가지산 정상부
오후 출근이 아니라면 지금쯤 오름길이어야 운무가 걷힌 멋진 설경을 볼 수 있었을텐데.... 또 아쉽!!!
정상으로 오르는 산님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하산을 하고 있으니...
11시, 너무 서둘러 하산해 버렸나 싶다.
와 ! ! ! !
하산걸음의 말미에 올려다 본 가지산, 파란 하늘아래 하얀 그림이 만들어진 가지산이 참 멋지다.
18년 겨울, 영알의 첫눈을 맞으로 달려간 가지산...
한달음에 찾아가도 반가이 맞아주는 내사랑 열알, 그저 고맙고 행복한 영원한 내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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