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더운 2018년 여름,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를 피해 간월재를 찾았다.
아니, 열대야를 모르는 간월재에서 하루를 쉬었다.
금요일 퇴근후 주섬주섬 짐챙겨서 베낭에 쑤셔넣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익숙한듯이 영알로 향한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폭염과 열대야, 올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덥다.
한 낮에 산행은 겁(?)이 나고, 그렇다고 선풍기와 에어컨만을 사랑할 수도 없고...
일주일에 한 번 걷는 산걸음이 내 삶의 재충전이고 힐링인데...
오늘밤은 영알의 품속에서 하늘을 이불삼아 보기로 한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영남알프스 산악문화센터 앞에 파킹한다.
클라이밍장에는 밤을 잊은 젊음과 힘, 패기가 넘친다.
조용히, 그리고 아무일 없다는듯이 영알의 품속으로 스르르 빠져들어간다.
폭포 삼거리
임도로 올라선다.
온 몸이 땀으로 줄줄 흐른다. 한바가지 물을 덮어쓴 것처럼....
하룻밤을 쉬어가려니 평소 베낭보다 크고 짐의 무게가 많아짐 때문일까???
연신 수건으로 땀을 닦아보지만 그 순간 뿐이다.
다행인것은 임도로 올라서자 선풍기 바람 이상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는것.....
하늘에는 달과 별이 조명을 만들고, 길가에는 풀벌레들의 노래로 산중 연주회가 열렸다.
한결 시원해진 걸음이 저절로 콧노래를 하게 한다.
간월재 직전 약수터
한바가지 받아 마시는 데 내 속 깊숙히 폐부까지 깨워 일으킨다.
간월재로 올라서며 언양 시가지 밤 그림도 담아본다.
바람도 쉬어가는 간월재로 오른다.
아니 바람이 쉴틈없이 불어 넘어가는 간월재가 맞는 표현이리라.
왕봉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신불 서봉으로 오를까 ?
간월 공룡능선 상부의 데크로 오를까 ? ?
그냥 간월재에서 머무를까 ? ? ?
오늘밤은 간월재에서 영알의 온전한 사랑을 받아 보리라.
자리깔고, 침낭 펼치고, 등산화 가지런히 벗어 놓고 준비해간 막걸리 한잔 마시며 열대야를 잊어 본다.
아니, 애초에 열대야란 단어는 이곳에는 없었으리라.
억새밭을 훔쳐지나가는 바람은 금방 땀을 식게하고 반팔로는 쌀쌀함을 느끼게 한다.
음력 8일, 상현달은 재약산쪽으로 한뼘한뼘 자리를 옮겨가고 빼곡히 하늘을 채운 수많은 별들은 연방 별똥별을 만든다.
누워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유년적이후 가장 많은 별을 보게된 한 여름밤의 꿈이었다.
4시 30분, 대충 베낭을 챙기고 신불산으로 올라야 하는데 산 정상쪽의 하늘이 신통찮다.
정상에서 일출을 보지 못한다면 정상으로 갈 의미가 없는것이 아닌가 ? ?
신불산을 가보지 않은것도 모르는것도 아닌데.....
간월재에서 일출을 볼까 잠시 갈등하다가 간월방향으로 몇걸음 오르기로 한다.
아 !!! 역시나....
신불산 정상으로 가지 않은게 옳은 선택이었다.
규화목이 있는곳 직전 바위에서 일출을 즐기기로 한다.
베낭 내려놓고 편안히 동쪽 하늘을 맞이한다.
등뒤에서는 쉼없이 불어 오는 바람은 더없이 시원하다.
아!! 올라온다.
한 여름 하루를 온전히 불태울 이글거림이 시작된다.
해맞이는 한 순간에 끝이난다.
그 자리에서 랴면하나 끓여서 간단한 아침으로 대신하고 더 뜨거워지기전에 하산을 재촉한다.
다시 돌아 온 간월재, 하산하기 아쉬워 목재데크 한바퀴 휙 돌아보고....
서둘러 걸음을 옯긴다.
열대야를 피해 찾은 간월재, 간월재에는 열대야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양 한마리 양 두마리, 별 하나 별 둘, 별 셋.....
밤새 새어도 도저히 셀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그려진 하늘 이불을 덮고, 그 양을 가늠할 수 없는 행복함으로 가득 채워온 한여름밤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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