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에 걸쳐 있는 조령산[鳥嶺山]을 찾았다.
이화령과 조령3관문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조령산은 산림이 울창하며 암벽지대가 많고 기암괴봉이 노송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같은 산이다.
이화령(큰세재)에는 휴게소와 대형 주차장이 있고, 북쪽 구새재는 조령 제 3관문 (조령관)이 있으며
주능선 상에는 정상 북쪽으로 신선암봉과 치마바위봉을 비롯 대소 암봉과 암벽 지대가 많다.
능선 서편으로는 수옥 폭포와 용송골, 절골, 심기골등 아름다운 계곡이 있고, 문경새재를 허리춤에 안고 있는 조령산은 산보다 재가 더 유명하다.
조령산은 아기자기한 코스와 설경이 겨울산행의 묘미를 듬뿍 안겨주는 산이다.
코스: 신풍리-기도원-촛대바위-헬기장-조령산-신선암봉-공기돌바위-청암사-기도원-신풍리
신풍리 마을버스 승강장옆에 주차후 걸음을 시작한다.
기도원 방향으로 들어서면서 작은 이정목에 조령산 4.9km 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신풍리에서나 기도원에서나 오늘 걸음할 산을 올려다 보는데 가슴이 답답하다.
능선을 이어주는 화강암의 하얀 속살을 기대하고 왔는데 보이는건 희뿌연 안개와 구름과 미세먼지 뿐이니...
기도원을 지나고 신풍마을에서 1.2km ...
우측으로 들어서면 촛대바위로 가는 능선 초입, 실질적인 들머리인 셈이다.
산허리를 채 오르기도 전에 생각하지도 않은 눈길이 시작된다.
촛대바위로 오르는 이 능선의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암군들이 오롯이 나를 위해 도열을 시작한다.
10여명은 편히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와 우측으로는 멋진 조망터....
계속이어지는 암릉이 걷는 재미를 두세배는 끌어 올리고...
바위면이 눈으로 살짝 얼어있는 이 구간이 가장 위험하고 힘들었다.
밭일을 하고 있는 촌부의 뒷모습을 연상케 하는 바위....
평일이라 그런지 아무도 걷지 않은 이 능선 눈길에 내 발자국을 하나씩을 그리며 나아간다.
이런날은 산행 시간이나 산걸음의 속도는 잊기로 한다.
공룡능선 또는 칼등처럼 멋진 이 구간은 우회를 해야만 했다
마음은 바위 등을 타고 걷고 싶었지만 눈으로 덮힌 바위를 걸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멋지다는 말 밖에....
바로 앞 능선이나 봉우리 조차 구분할 수 없는 날씨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아기자기한 암릉오 이어지는 촛대바위 능선도 끝을 보인다.
이 로프구간을 내려서면서 암릉으로 이루어진 재미난 구간과는 안녕을 하고 ....
암릉과 소나무길이 끝나자 활엽수들이 만드는 눈꽃세상이 펼쳐진다.
아무도 걷지않은 눈길, 발목이 푹푹 빠지는 된삐알 능선을 걸어 오르자니 힘이 들면서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가쁜숨을 몰아쉬며 걷다보니 이화령에서 오르는 길과 만난다.
백두대간 길인 여기서부터는 앞서간 한 두사람의 걸음 흔적이 한결 걷기에 편하게 해준다.
포근한 날씨, 눈구경에 걸음은 자꾸만 더뎌지고...
조령산 정상으로 오른다.
백두대간 조령산, 새도 쉬어간다는 조령...
이렇게 조용한 정상이 좋아서 자꾸만 평일 걸음을 하게 된다.
정상석 앞에서 커피한잔과 과일을 먹고 쉬어도 지나는 산님하나 보이지 않는다.
너무 포근한 날씨라서 정상에서 한참을 쉬어도 춥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
강풍에 몸을 움츠리게 했다면 인증만을 남기고 자리를 떴을텐데 말이다. 이러니 산행 시간이 자꾸만 지체된다.
신선암봉 방향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보면 월악 소백산까지 조망이 다 된다는데..... 오늘은 아예 방향 가늠도 할 수 없다.
문경새재길 마당바위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조령산에서 신선암봉으로 가는 방향의 급경사 된삐알 구간은 거의 계단으로 만들어져 버렸다.
아직도 공사 자재들이나 흔적들이 남아있을 정도로 때묻지 않은 상태였다.
미끄러운 이런날 걷기에는 좋다마는 자연미를 반감시키는 이런 시설물들이 꼭 반갑지만은 않다.
저 앞이 신선암봉인것 같은데 도무지 열리지 않는 하늘과 미세먼지에 흩날리는 눈발과 안개까지 ...
조령산은 바로 걸음앞의 그림들보다 건너편 골짜기와 능선, 암봉과 암릉, 노송들이 만드는 경치를 보며 걷는 재미가 좋다는데 ... ㅠ.ㅠ
긴 계단을 다 내려서면 사거리 안부...
좌로 절골과, 우로 문경새재 마당바위로 내려서게 되고, 앞으로는 신선암봉을 거쳐 깃대봉으로 가는 백두대간 길이다.
돌아보니 계단으로 된 검은 선이 능선을 할키고 있다.
신선암봉으로 올라서기전 암릉과 눈꽃이 절정인 구간으로 들어선다.
이 구간은 바람이 심해서 오래 서 있기가 버거웠다.
바위 사면을 덮고 있는 눈으로 인해 걸음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곳곳에 로프가 없다면 고생좀 했을듯.... ㅎ
파란 하늘과 멀리 시계까지 열리는 날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만이 깊이 마음에 남는다.
신선암봉으로 오른다.
조령산에서 이곳까지 1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점심먹고 놀아가며 여유부리다 보니 2시간 가까이 걸려 버렸다.
하산을 서둘러야할 시간인데 여기서도 한참을 놀아 버린다.
절골로 내셔서서 신풍마을까지 4.5km, 미끄러운 눈길만 아니면 2시간이면 충분할텐데....
2시가 넘어서서야 하산을 하기로...
공깃돌 바위, 위쪽에서 뿌연 안개사이로 볼때는 분명히 둥근모양이었는데....
조금전 머물렀던 신선암봉도 흐려진다.
신선암봉에서 공깃돌 바위까지의 하산도 미끄럼고 빠지고.... 쉽지만은 않았다.
깃대봉 방향의 대간길은 더 가늠이 안되고...
다시한번 갈림길, 좌측의 절골로... 이정목에는 신풍리로 표기되어 있다.
청암사로 내려설 무렵 어둠이 살짝 깔리고...
청암사 아래에는 와폭형식의 폭포가 엄청 길게 이어져 있었다.
청암사에서 내려서는 길에도 지도나 개념도 상에는 주변의 바위며 암벽, 암장 등 볼거리들이 제법 많은데
이놈의 날씨가 허락을 하지 않으니... 그냥 묵묵히 발 아래만을 보며 걷었다.
사방댐을 지나고, 기도원을 지나고, 양어장 가든으로 내려설무렵에는 이미 가로등이 들어와 있었다.
2017년의 끄터머리 평일에 주어진 휴무, 훌쩍 떠난 조령산 걸음에 생각지도 않은 눈까지 반겨준 멋지고 행복한 산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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