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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군

2025년 3월 9일. 백운산~가지산

영알사랑 2025. 3. 10. 00:10


봄이라고 불러야 할 3월, 잔설이 가득한 가지산을 찾았다.


울산도 남쪽이라고 눈은 항상 귀하고 반가운 손님(?)이다.
영알의 눈은 겨울보다는 봄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더 자주, 두껍게 만나게 된다.



3월이 시작되고 나흘간 오락가락 눈비소식에도 도무지 짬을 내지 못하다가 둘째 주가 되어서야 잔설이라도 밟고 아쉬움을 달래려고 영알의 맏형 가지산을 올랐다.


아침에는 영하 2도의 기온이지만 낮에는 영상 7도까지 오른다는 가지산 정상부 일기예보...
산님들로 붐빔과 질퍽거림을 피해 호박소에서 백운산을 거쳐 가지산으로 오른 뒤 진달래 능선으로 하산하는 걸음을 가져본다.


~  ~  ~

3월 시작과 함께 사나흘 간 영알의 준봉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몇일이나 지났기에 눈꽃을 바라는 건 욕심이지만 잔설이라도 밟고 싶은 욕심에 휴일 아침을 서둘러 울밀로를 달린다.



울밀로를 달리면서 본 가지산...


8시 10분, 호박소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다.
더 넓은 주차장을 통째로 차지(?)하고 걸음을 시작한다.



옛길을 가로질러 절개지 사면으로 오른다.


구들장 바위들을 지나면 삼양마을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고...


본격적으로 신나는 즐김(?)의 구간들이다.


지난해 2월 25일, 설경에 취해 걸은 뒤로 1년 만의 이쪽 걸음이다.


삼양교 안쪽의 국립등산학교 공사가 마무리 중인가 보다.


천황산 방향을 돌아보고...
가야할 가지산 방향도 올려다 보고...



이곳은 늘 쉬어가는 나만의(?) 쉼터인데....ㅎ
오늘은 그냥 지나간다.



철계단을 오르면 이어지는 백운산의 명품솔들과 인사를 나누기 바쁘다.


하나같이 참 멋지다.


백운산의 명품솔들, 제발 소나무 재선충에 걸리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기를 바라본다.


햇살을 받는 암릉을 지나면 바로 등로에 잔설이 제법 깔려있다.


9시 46분, 백운산으로 오른다.


셀카 한 번 하고...ㅎ


가지산 방향과 운문산 방향을 조망하고...


구룡폭포방향 갈림부터는 응달이라 잔설이 발복을 빠지게 할 정도다.


국립등산학교 방향 갈림길, 여기서부터 운문지맥 안부까지는 다시 오름길이다.


10시 50분, 운무지맥 능선으로 오른다.


햇살이 드는 전망 좋은 바위에는 눈이 다 녹았다.
일명, 자살바위에는 여럿의 산님들이 쉬고 있고...


해발을 높일수록 잔설들이 눈꽃의 덤까지 남겨놓았다.


아쉽지만 이 정도도 감지덕지리다.
바닥의 잔설이나 밟을까 했는데 소나무들은 습설의 눈을 다 떨구지 못하고 있다.



주중까지도 눈꽃 터널이었을 텐데....ㅠ.ㅠ


조금 미끄럽기는 해도 높은 위치의 암릉에서 설경을 조망하기 위해 바위 사면을 조심조심 기어오른다.


운문산 방향을 돌아보고...
나아갈 가지산 정상을 바라보고...



그림 좋다!!!


오늘 최고의 포인트~~^^


정상이 가까워지고....
와!!!  정상부에 산님들이 가득이다.



헬기장 주변 소나무들이 명품의 눈옷을 입고 있다.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나름 충분히 멋지다.



한번 더 뒤돌아 보고...
이어 바로 정상으로 오른다.



12시 05분, 정상은 말 그대로 북적북적이다.
이런 북적임의 그림들이 싫어서 백운산을 거쳐 올라왔더니...ㅎ


간단히 정상석만 인증하고 서둘러 자리를 뜨기로 한다.

지나온 운문지맥 능선의 눈꽃이 은근히 멋지다.

쌀바위 방향을 조망하고....

중봉방향으로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시끌벅적한 정상, 한번 더 돌아보고...


하산길은 예상했던 그대로다.
눈들이 녹아서 질퍽질퍽, 미끌미끌...



12시 25분, 중봉으로 내려선다.


중봉에서 잠시 사방을 돌아본 뒤 진달래 능선으로 내려간다.


수북한 눈 위로 한두 명의 발자국만이 남아있다.
길이 다져지지 않아서 하산 내내 발이 좀 빠지겠는데...ㅎ



10여분 내려서면서 긴장의 연속이다.
선명한 멧돼지 발자국이 등로를 따라 이어진다.



혹시나 했던 예상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10m쯤 앞, 큰 멧돼지와 눈이 마주치고....
순간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눈싸움이다.
녀석도 움직임 없이 쳐다보기만 하고...

"야!!!  저리 가라. 나 좀 내려가자."
소리쳐도 꿈적도 않는다.

여차하면 큰 나무에라도 올라갈 작정인데 녀석이 슬금슬금 옆으로 가더니 또 눈 덮인 낙엽을 파헤치고 있다.
녀석, 좀 더 멀리 비켜주지 않고...
눈을 떼지 않고 나도 자리를 비켜 걸음을 옮긴다.
사진을 더 찍지 못한 게 아쉽지만 이 정도로 서로의 갈 길을 가는 거다.



멧돼지와 신경전을 벌이고 한참을 더 내려와서야 양지바른 바위에 자리 잡고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간단 점심 후 하산길에도 멧돼지 발자국은 끝없이 이어진다.
괜히 헛기침도 하고 휘파람으로 소리도 내고...
눈과 귀는 초집중을 하고 걷는다.
질퍽거림과 붐빔이 싫어 선택한 코스가 초긴장의 하산길이 되어버렸다.


많이 내려왔다.
멧돼지 발자국도 없어지고 등로에 쌓인 눈도 얕아졌다.
내려온 능선을 돌아보고, 고헌산 방향도 조망하고...



하산길 내내 발목이 빠지던 능선에 쌓인 눈이 얕아졌다.
13시 40분, 진달래 능선의 하단부 짧은 암릉으로 내려선다.



14시 23분, 용수골 하부로 내려선다.


공사가 끝나보이는 등산학교를 기웃거려 본다.


국립 밀양 등산학교 공사가 마무리되고 개교를 준비 중이라고....
국립 밀양 등산학교라?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할지 궁금하다.



삼양교 옆으로 내려선 뒤 곧바로 가드레일을 넘어 호박소까지 계곡으로 내려간다.


삭막하고 차가워 보이는 계곡이지만 물소리에서 이미 봄이 들린다.


호박소 폭포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우회를 해서 호박소 아래로 들어간다.


호박소에 아무도 없기에 금줄을 넘어 폭포 바로 앞으로 접근해 본다.


멋지다!!!


한 컷 담고는 계곡을 빠져나오고...


이례적으로 울산에 4곳의 도로가 통제될 정도로 많은 눈으로 시작되었던 3월...
눈을 좋아하는 산똘뱅이가 아쉬움을 달래려 찾은 가지산, 덤까지 얻은 나름 충분히 보상을 받은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