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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군

2022년 3월 19일. 춘삼월 가지산 설경

영알사랑 2022. 3. 21. 19:04

아!!! 드디어 영알의 주봉에 눈이 내렸다.

주말 아침, 시내권에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지만 바쁜 마음으로 울밀로를 달렸다.

 

울산권이 눈이 귀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겨울이 다 가도록 눈다운 눈이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경험상으로 3월이면 한 두번은 멋진 설경을 만들었으니 오매불망 기다리는 수밖에....
비도 눈도 없이 최악의 가뭄과 대형산불로 애태우던 하늘이 드디어 전국적으로 비와 눈을 만들어 내린다.
금요일부터 내린 비가 영알의 주봉에는 눈으로 내리고 있다는 예보에 첫눈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들뜨게 했다.
야간근무 후 짧은 잠을 뒤로하고 아침을 달려 가지산으로 간다.
 

석남사 입구에서 걸음을 시작하려니 우의를 입어야 할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다.
우의를 입고 걸을까..  차로 석남터널까지 올라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석남터널에서 산행을 하기로 하고 핸들을 돌린다.
산행 거리는 좀 짧아지겠지만 우의를 입고 걸어야하는 거추장스러움을 덜 수 있으니 차선을 택할 수밖에...
 


~  ~  ~  ~  ~

 
배내골, 석남터널 갈림길 삼거리부터 눈이 쌓여있다.
연이어 제설차량이 오가고...
 

석남터널 못 미쳐 도로변에 주차 후 걸음을 시작한다.
10대 남짓한 차들이 이미 들어서 있다.
해발을 높였다고 내리는 것은 비가 아닌 눈이다. 눈은 우의를 입지 않아도 될 만큼 적당히 날리고 있다.
 

얼마나 기다렸던 눈인지....ㅎ
콧노래가 절로 나고 발걸음은 더없이 가볍다.
 

정상부의 멋진 그림을 생각하는 바쁜 마음이 걸음을 서둘러 어느새 코재로 오르는 덱 계단으로 옮겨 놓았다.
 

한걸음 한걸음 오를수록 눈이 바빠지고, 손가락이 바빠지고, 폰이 바빠지고...ㅎ
좋다. 무조건 좋다.
 

중봉으로 오른다.
여기서부터는 대자연이 만들어 놓은 위대함에 푹 빠진다.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앞으로 한걸음 옆으로 두 걸음...  최대한 즐기기를 한다.
 

정상부에 두 어분의 산님이 보인다.
정상 인증을 남기고픈 욕심에 서둘러 올라간다. 
깨끗하지 못한 일기가 살짝 아쉬움을 주지만 뭘 더 바란다는 말인가......
 

두 어분의 산님과 정상인증 품앗이로 한 장을 남긴다.
 

영알의 맏형 가지산의 매서움은 오늘도 대단하다.
손도 시리고 금방 체온을 떨어 떠 린다.
정상은 오래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눈바람이 몰아친다.
 

쌀바위 쪽으로 내려갈 코스가 아닌 만큼 운문 지맥 방향으로 내려가 한참을 놀다가 올 요량으로 헬기장으로 내려간다.
 

서둘러 올라온 보람(?)으로 산님들로 북적이지 않으니 더없이 좋다.
 

눈바람을 피할 수 있는 소나무 아래로 들어가 커피 한잔으로 잠시의 쉼을 가진다.
분위기가 얼마나 좋은지 춥지만 않다면 1시간이라도 쉬고 싶었다.
 

헬기장을 지나 운문 지맥 방향으로 한참을 내려간다.
 

멋지다!!!
멋지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에 발자국을 남기며 황홀경에 빠진다.
 

다시 헬기장으로 돌아와 정상으로 오른다.
 

다시 돌아온 정상이건만 산님은 서 너분밖에....
이런 멋짐이 만들어진 가지산 정상에 의외로 산님이 많지 않음이 이상할 정도다.
부탁해서 한 장 더 남기고...ㅎ
 

하산하기 아쉬워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정상부...
두 분의 산님은 여전히 정상에 머물러 있다.
 

중봉으로 내려서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즐기며 하산한다.
 

춘삼월의 설경에 흠뻑 취했던 가지산 걸음....
하산길에 올라가는 산님들을 더 많이 만난다.
"정상부에 눈꽃 좋으냐"는 물음에 "예 아주 멋집니다"를 몇 번이나 답하면서....ㅎ
정오의 시간이 되니 아래쪽에는 비가 그치고 있다.
 

 
겨우내 그토록 기다렸던 눈을 매화, 산수유가 절정으로 치닫는 3월 중순이 지나서야 만났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강원권이던 전라권이던 눈을 찾아 한 두 번 떠나기라도 했을 텐데...
내내 애태우다 이렇게라도 멋진 설경을 보여준 자연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더불어 더없이 행복한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