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깊이가 더해진 시월의 마지막 날, 학심이 계곡을 찾았다.
10월 마지막 주말이면 영알의 그 어느 곳을 찾아도 단풍이 절정을 달리고 있을 시기이다.
봄에 삐걱거린 무릎의 부담으로 영알의 깊이 있는 산행에 부담을 느껴 계곡 치기 산행을 피해 왔었다.
절정으로 치닫는 단풍을 보려니 계곡산행을 아니할 수도 없고....
청수골과 학심이 계곡을 놓고 저울질을 하다가 아무래도 학심이 계곡이 조용할 것 같아 삼계리로 달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고운색을 만들어 놓은 학심이 계곡의 단풍에 눈이 호강한 걸음이었다.
8시 30분, 천문사 뒷편에 주차 후 걸음을 시작한다.
깨끗함에 더해 조금은 쌀쌀함이 느껴지는 이른 아침의 공기가 참 맛있다.
변함없이 길목을 지키는 고목의 서어나무가 반갑다.
이어 배넘이재를 넘는다.
배바위를 지나고 학심이 계곡으로 내려선다.
아름다움을 더해 웅장함까지 간직한 학심이 계곡이 오늘은 또 내게 어떤 즐거움을 줄까???
학심이 계곡의 하일라이트 비룡폭포와 학소대까지 등로를 버리고 계곡을 거슬러 오르기로 한다.
적당한 울림의 물소리와 상큼함이 가득한 골짜기의 공기가 더없이 기분 좋은 걸음이다.
단풍은 어쩜 이리도 고울까!!!
바위협곡 속으로 들어간다.
지금처럼 수량이 적을 때만이 이 구간을 거슬러 오를 수 있다.
챙겨 온 미니 삼각대에 폰카로 한 장 남긴다.
두어 곳에 징검다리를 만들고서야 협곡 사이를 거슬러 오를 수 있었다.
지나온 구간 한번 뒤돌아보고, 이어 바위구멍을 빠져나가면 위로 오를 수 있다.
협곡을 다 빠져나와서 한번 더 돌아 본다.
대부분 우회등로를 이용하지만 겨울철이나 가뭄 때면 이 협곡을 지나올 수 있는 편이다.
그냥(?), 마구마구(?), 무조건(?) 아름답다.
오 메 단풍 들겠네!!!
아니, 이미 들었네~~~ ㅎ
비룡폭포로 오른다.
골 치기로 오르다 보니 여기까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는데 여기서 대여섯 분의 산님을 만난다.
나는 이분들을 보지 못했는데 이분들은 나를 봤나 보다.
협곡 사이를 거슬러 오르는 걸 봤다며 "오를만하냐?" 고 물으신다.
옆 산님께 부탁해서 한 장 남기고...
학소대로 들어간다.
반갑다 학소대!!!
오랜만에 찾은 이곳이 얼마나 반가운지....
배낭 내려놓고 삼각대 설치하고 한 두장 인증을 남기고 한참을 쉬어간다.
아무도 없는 이 조용함을 오롯이 나 혼자 차지한다.
더 머물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학소대에서 돌아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쌀바위로 이어지는 임도까지 계곡과 너덜겅을 오르면서 단풍 속으로 빠진다.
오늘 내 눈이 호강이다.
입은 연이어 "멋지다. 아름답다"를 연발하고....
정겨움이 풍기는 소폭을 지나면 물소리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본격적으로 너덜겅 구간이다.
돌자갈과 너덜지대에는 붉음보다 주황색과 노란색이 더 많은 단풍이 맞아준다.
임도로 올라서기 직전,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산 위쪽은 이미 스산한 겨울 느낌이 묻어나고....
상운산으로 오른다.
깨끗함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영알의 그림들을 빙~ 둘러본다.
이제부터는 서둘러 하산길이다.
천문봉, 쌍두봉을 지나 천문사까지 옆길로 빠질(?) 이유도 없으니....
쌍두봉에도 참 오랜만에 발길을 놓는다.
저 아래까지 이미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나선 폭포가 보이는 전망바위와 돌탑을 지나고...
3시 15분, 천문사로 내려서는 것으로 걸음을 마무리한다.
천문봉에서부터 쌍두봉을 지나 내려서는 급경사에 무릎이 많이 불편하다.
한동안 급경사 산행이나 골 치기를 피해 왔음에도 별다른 회복이 되지를 않으니....
이제는 이 상태를 당연함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형형색색, 아름답다 못해 황홀하기까지 한 영알의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는 시월의 끝...
학심이 계곡의 단풍에 풍~덩 빠진 하루가 더없이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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