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가는 길목, 나흘 만에 다시 영알이 눈 세상으로 변해버렸다.
겨우내 눈다운 눈을 보여주지 않더니 2월 그터머리에 이어 3월 시작과 함께 영알에 설국이 만들어졌다.
강원도 윗 지방의 8~90cm 눈에는 비할바가 못되지만 울산 울주의 야산들까지 눈 세상으로 변했으니 참 오랜만에 만나는 눈 세상이다.
눈이 귀한(?) 지방에 이런 기회가 많지는 않으니 당연히 맞이하고 즐겨야지.... ㅎ
기대와 설렘으로 석남사 앞으로 달렸다.
석남사 주차장에 주차 후 걸음을 시작하면서 바라본 가지산 방향은 아직도 구름에 덮여있다.
지금도 정상부에는 눈이 내리고 있을 것 같다.
초입부터 눈을 밟으며 걷는다.
해발을 높이니 가지마다 눈꽃이 아니고 얼음꽃이다.
전날 낮부터 내린 많은 비가 밤이 되면서 얼어버린 모양이다.
발목이 푹푹 빠질 만큼 많은 눈이 내렸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눈의 양이 많지는 않다.
대신 온통 얼음꽃이 만들어진 철쭉 군락지가 이색적이다.
중봉으로 올라선다.
여기저기서 "멋지다" "대박"을 외치는 산님들의 탄성들이 이어진다.
나흘 전 올랐을 때보다 눈꽃의 모양은 좀 모자란 느낌이다.
얼어버린 나뭇가지 위에 눈꽃이 살짝 만들어진 모습을 내 부족한 어휘력으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소나무는 솔잎 하나하나 얼어서 바다의 톳을 떠올리게 한다.
가지산 정상으로 오른다.
싸락눈이 흩날리는 잔뜩 흐린 정상부, 그나마 바람이 없어서 편한 걸음의 오름이다.
나흘 만에 다시 오른 정상...
평일 이건만 설경을 즐기려는 산님들이 제법 많다.
가지산 정상이 이렇게 고요해도 되는 걸까?
펄럭이다 못해 찢어질듯한 소리를 만들던 태극기가 오늘은 편히 쉬고 있다.
이정목에 얼어붙은 고드름이 재미있다.
정상부 앞쪽 바위틈에 앉아 컵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대신하고 하산을 한다.
오늘은 조금 길게 쌀바위를 거쳐 임도의 끄트머리까지 내려가서 석남사로 내려서기로 한다.
멋지다!!! 를 연이어...
정상부를 돌아보고...
쌀바위에 올라본다.
오늘은 시야가 꽝이다.
바로 앞에서 담는 쌀바위도 흐릿함으로 보여준다.
원거리는 고사하고 건너편 능선도 보이 지를 않으니 말이다.
눈이 내린 뒤 파란 하늘이 만들어져야 눈과 하늘이 대비되는 이쁜 그림들을 담을 수 있는데....
천천히, 여유롭게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임도 갈림길, 오른쪽 석남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석남사로 내려서는 것으로 산 걸음을 마무리한다.
많은 눈을 기대하고 오른 가지산이었는데... ㅎ
기대에 2% 부족이었지만 봄으로 가는 길목에 연이어 눈 세상으로 들러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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