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고 찾은 영알의 맏형 가지산에서 겨울의 끄트머리 눈을 만나고 왔다.
(온전히 만난 이 겨울의 첫 눈이었다고 해야겠지만...)
휴일 출근을 위해 하루를 쉬어야 하는 금요일, 전날 저녁무렵부터 밤새 비가 오락가락했다.
새벽 일찍 실시간 일기예보를 보니 가지산 정상의 온도가 영하 1도라고 나온다.
정상부에 오르면 눈을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바쁘건만 8시가 넘어도 빗줄기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이젠 챙기고 우의 챙기고 일단 집을 나섰다.
울밀로를 달리면서 본 영알의 정상들은 구름에 가려져 있지만 눈이 내렸음을 확신할 수가 있었다.
정상부의 눈꽃만을 목적으로 나선 걸음이라 석남터널 옆에서 짧은 걸음을 시작한다.
눈이 있다 ! ! ! 그것도 제법 많이...
구름이 걷히는 가지산 정상부는 제법 멋진 그림을 만들어 놓고 있다.
코재를 오르고 철쭉군락지 옆으로 오르니 눈을 밟을 수 있었다.
중봉으로 오른다.
눈이 있을거라는 기대감으로 찾은 가지산에 나름 괜찮은 설경이 만들어져 있다.
파란 하늘이 만들어지면 좋을 텐데...
걷히는가 싶다가 다시 숨어버리는 정상부, 눈꽃은 나름 괜찮은데 몸을 가누기 힘들정도로 몰아치는 북풍이 장난이 아니다.
텅 비어 있는 정상부, 바람은 몸을 날려버릴 기세로 몰아치고 손과 볼이 시려서 오래 서 있기는 부담...
서둘러 정상을 인증하고 자리를 비워야 했다.
아래로 내려가 헬기장 주변의 눈을 구경하고 와야겠다.
시시각각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올 겨울은 눈다운 눈을 한 번도 밟지 못하고 지나가는 줄 알았다.
하긴, 영남알프스의 눈은 해마다 겨울의 끄트머리에 만날 기회가 더 많이는 하다만...
비 온다고 방바닥에 엑스레를 찍거나 소파와 뒹굴거렸으면 이런 행운을 만나지 못했으리라.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나선 걸음이 이런 멋진 그림을 만나게 될 줄이야....
헬기장 주변의 눈꽃도 제법 멋지다.
헬기장 주변에서 이리저리 한참을 오가다 다시 정상으로 오른다.
살짝 하늘이 열리고 깨끗함이 만들어 진다.
구름이 조금 걷히면서 하얀 눈이 더 두드러진다.
반면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면서 녹은 눈이 질퍽이기 시작한다.
서둘러 하산해야겠다.
터널 옆 작은 주차장, 주차된 차량은 4대, 산에서 만난 사람은 6명...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3.3km로 여유롭게 걸어도 3시간 미만으로 산행이 가능하다.
가볍고 짧은 걸음,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달려간 영알의 맏형 가지산에서 꽤나 멋진 설경을 만나고 왔다.
가볍게 걸은 휘~익 걸음에 행복은 만~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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