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군

2023년 10월 29일. 학심이계곡 단풍은 예년만 못하더라.

영알사랑 2023. 10. 30. 11:52


10월 마지막 휴일, 당연하다는 듯이 학심이계곡 단풍을 찾았다.


해마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이면 여기를 찾아야 한다는 반의무감(?)이 생긴다.
올해도 당연한 것처럼 울밀로를 달려 삼계리 천문사로, 그리고 배넘이 고개를 넘는다.



그 어느 곳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는 학심이계곡의 멋은 오롯이 거슬러 올라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학소대와 비룡폭포를 중심으로 하는 학심이골의 단풍은 화려함보다는 멋스러움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하다.



~  ~  ~  ~  

야간 근무 후 잠부족으로 온몸이 찌뿌둥하다.
그래도 오늘이 아니면 올 가을 학심이계곡은 기회가 없으니 아침을 서두른다.



8시 30분, 천문사로 들어선다.
하루를 열어줄 햇살이 산능선을 넘어 삼계리를 밝혀 놓았다.



텅 비어있는 천문사 뒤편 주차장, 차에서 내리니 찹찹함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등산화 갈아 신고 배낭 짊어지고 시작~~ㅎ



계류를 건너는 다리가 새로 생겼네~~ㅎ
그래, 이곳도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건너기가 애매했는데 잘해놨다.



오른쪽 천문폭포 방향으로 들어선다.
오늘은 오랜만에 낙타바위를 거쳐 삼계봉을 오른 뒤 배넘이 고개로 내려와서 학심이골로 들어가기로 한다.



폭포의 물줄기가 어린아이 오줌발만큼 떨어지는 천문폭포다.


폭포 상단으로 올라서서 단풍구경 잠시하고...


폭포 상단 이후부터는 조망점이 없는 된비알을 30분 남짓 씩씩거리며 오른다.


거친 내 숨소리가 귀에 거슬릴 즈음이면 낙타바위로 오르게 된다.


시원시원한 조망들이 멋지다.
운문댐, 문복산과 옹강산, 쌍두봉과 상운산...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뻥 뚫린 그림들이 눈을 쉬게 한다.



낙타바위 이쪽저쪽에서 서로 한 컷씩 찍어주기를 하고~~~


옆으로 조금 옮기면 작은 봉우리 전체가 오롯이 바위로 되어있다.
소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면서 과일로 목을 축이고 간다.



삼계봉으로 오르는데 위쪽은 벌써 낙엽으로 등로를 덮어놓았다.
어!!! 길 옆에 쓰러진 나무에서 웬 횡재를...ㅎ



10시 23분, 삼계봉으로 오른다.
곧이어 사리암 갈림길을 지나고...



이것 또 뭐야???
노루궁뎅이와 호루래기 버섯이다.
말라 있지만 물에 부리면 맛난 요리가 될 것이니 가져가야지~~~ㅎ



배넘이 고개로 내려서고 이내 곧 학심이골로 향한다.


1년 만에 만나는 배바위는 반갑기만하고...


짜잔!!!!
11시 40분, 학심이계곡으로 들어선다.



오늘도 학소대까지 오롯이 계곡을 거슬러 오르기로 한다.
수량이 적은 이맘때라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계곡치기의 맛에 빠지기 위해서다.



또 한 컷씩 주고받고....ㅎ


단풍이 멋진 구간이다.
몇 그루 안 되지만 이곳은 해마다 멋진 그리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마눌님!!!  
오늘도 신이 나셨구려....ㅎ



색 짙은 물감을 덧칠해 놓았다.


덩달아 나도 한 폼 잡아보고...ㅋ


이러고 놀아서야 언제 학소대까지 가나요?


학심이계곡의 으뜸인 웅장미와 아름다움을 겸비한 협곡으로 들어선다.


여기까지는 순조롭게 올라왔는데 협곡 가운데쯤에서 난관에 봉착한다.
왼쪽 바위 아래가 움푹 파여서 갈 수가 없다.
마눌 왈!!!
"물 깊이가 무릎까지는 되겠다요"



등산화를 벗을까를 잠시 고민.....
돌다리를 놓기로 하고 한참 동안 돌덩이를 옮겨서야 통과한다.



가을 가뭄으로 수량이 적으니 두 줄기의 폭포가 왼쪽 한쪽만 흐른다.
오른쪽으로 기어올라 바위구멍을 통과해 오른다.



지나온 협곡 구간을 돌아보고....


또 한 번 웅장미를 뽐내는 곳으로 들어선다.


참 멋지다.
학심이계곡, 이러니 어찌 반하지 않으랴~~~~



물소리 들으며 쉬어가기 좋은 곳..
잠시 배낭까지 내려놓고 여유를 부린다.



다음으로 이동 중 마눌폰에 찍힌 내 걸음들....


상운산과 쌀바위가 만드는 좌골 비룡폭포의 물줄기와 가지산과 북릉이 만드는 우골 학소대의 물줄기가 합쳐지는 합수점이다.


먼저 비룡폭포를 들리고....


돌아 나와 학소대 아래로 들어간다.


13시 10분, 학소대로 오른다.
웅장하고 신비롭고 신령스럽기까지 한 곳이다.



올해 학심이계곡의 단풍은 전체적으로 예년만은 못한 것 같다.
색이 들기 전에 마른 잎이 너무 많아 보인다.



이쪽 저쪽을 오가며 사진 찍고 잠시 쉬어간다.


학소대를 돌아 나와 비룡폭포 위쪽의 단풍을 즐기러 이동한다.


상운산과 쌀바위의 중간쯤 임도로 이어지는 이쪽의 단풍이 가장 멋지기에 좀 더 올라간다.


마눌이 서 있는 너럭바위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이쪽에도 마른 단풍이 많다.
그래도 나름 충분히 멋지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다.
'학심이골 구조지점 7번' 바로 옆의 무명폭포..
지난해도 올해도 여기까지가 학심이계곡 단풍 즐기기다.



14시 08분, 자!!  지금부터는 하산이다.
계곡을 빠져나와 하산길은 지정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거북바위샘을 지나고
오름길 단풍이 예쁜 구간의 계곡을 건너고...



14시 55분, 학심이계곡 하부 감시초소로 내려선다.


감시초소를 뒤로하고 계곡을 가로질러 다시 배넘이 고개를 향한다.


배바위를 지나고 배넘이 고개를 지나고..
학심이계곡 하부에서 천문사까지는 보통걸음으로 1시간 남짓한 거리이다.


16시 20분, 천문사 뒤편의 주차장으로..;
배넘이 고개에서 한참 쉬고 하산걸음 끄터머리에서 발 담그고 놀았더니 막바지 걸음에 30분이 더 걸려버렸다.


예년만은 못한 학심이계곡 단풍이었지만 학심이골의 멋과 매력에 온전히 푹 빠진 가을날의 영알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