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7일. 설악산 단풍은 절정이더라.
설악산 단풍을 보기 위해 밤을 달려 한계령으로 go go

설악산은 어디서 시작하던 쉽고 편한 코스가 하나도 없다.
대청봉을 오르는 코스 중 그나마(?) 짧은 코스와 소요시간이 적은 곳을 택하다 보니 서북능선의 부분인 한계령에서 시작해서 오색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한다.

서북능선은 공룡능선과 함께 설악산의 암릉미를 대표하는 곳으로써 난이도는 상당하지만 고지대 등산로에서 내설악과 남설악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한다.

절정의 단풍은 덤으로...^^

~ ~ ~
울산에서 설악까지 족히 5시간은 달려야 갈 수 있는 거리이니 머슴살이를 하는 입장에서 접근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더불어 모자라는 체력으로 서북능선을 전부 걸을 수는 없고 절반 정도인 한계령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한계령에 도착하니 6시 직전이다.
간단히 차 안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일출을 보고 출발할 계산이다.


생각했던 일출은 해무가 높게 끼어 깨끗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6시 15분, 걸음을 시작한다.




위령비와 한계령 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오름이 시작된다.




아침을 밝히는 붉음이 동쪽하늘과 단풍색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아!!!
설악은 단풍은 이미 절정으로 치닫고 있구나.



나무사이로 서서히 들어오는 햇살이 단풍의 색을 덧칠하고 있다.



가쁜 숨길에 살짝 드러나는 귀때기청이 두 다리에 힘을 더해주고...






설악의 길들이 다 그렇지만 이 코스 또한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과 철계단이다.





7시 55분, 한계령 갈림길인 서북능선으로 오른다.

능선에 올라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내설악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한다.
지금부터의 눈은 즐기기만 하면 된다.
물론 두 다리는 까칠한 능선을 열심히 걸어줘야 되지만...ㅎ







멋지다. 참 멋지다!!!
하늘은 깨끗한데 미세먼지가 원경을 가리어 살짝 아쉽다.

멀리 까마득히 끝청과 중청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고...




눈은 호강을 하고...ㅎ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켜니 도시의 삶에 찌든 내 몸이 정화되는 순간들이다.



마눌님은 연방 좋다는 말로 감탄을...







적당히 찹찹한 알싸함이 묻어는 가을날 걸음이 너무 좋다.






이제 대청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능선 왼쪽으로 돌리는 눈은 마냥 기쁨이고 호강이고...





10시 18분, 끝청으로 오른다.



귀때기청이 점점 멀어지고 그 뒤로 가리봉과 주걱봉이 까마득히 물러나 있다.

조망포인터마다 내설악을 담고 또 담고...





봉정암이 육안으로 선명히 보이고..
중청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졌다.


끝청 이후 중청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암릉이 아니라 육산의 등산로 느낌으로 걷는다.

10시 48분, 중청으로 오른다.



군사시설의 중청 정상이라 이쯤에서 오른쪽으로 비켜 내려선다.




10시 58분, 중청대피소 도착


중청 대피소는 오는 1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긴 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노후된 건축물과 시설들을 철거하고 새 단장을 한다고 하니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가 된다.
공사기간에는 소청 대피소나 희운각 대피소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대피소에서 잠시 쉬며 외설악과 속초방향을 조망하고 대청봉으로 향한다.




대청봉으로 오르는 중에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헬기장에 내린 헬리콥터에서는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내리고...
이내 곧 이륙한 헬리콥터는 얼마지 않아 컨테이너를 달고 올라오고, 또 큰 자재들을 연이어 실어 나른다.
아마도 내달부터 시작되는 대피소 공사를 준비하는 것 같다.



11시 23분, 설악의 정상인 대청봉으로 오른다.
정상에는 열명 남짓한 산님들이 줄지어 정상을 인증하고 있었다.

반갑다. 설악 대청!!!!



10분 남짓 줄 서서 돌아온 차례, 번갈아가며 인증하고...


뒷 산님께 부탁해서 마눌과 같이 한 컷~~^^


잠시 설악의 정상을 즐긴다.
이쪽저쪽으로 방향도 가늠해 보고 정상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대청아 잘 있어라.
자!!! 이제 내려갈 시간이다.

11시 45분, 남설악탐방지원센터인 오색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 등산로 옆으로는 고사목의 구상나무와 주목, 소나무들이 고산의 묵직함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오색으로 내려가는 5km 구간은 급경사의 돌계단이 대부분이어서 무릎이 걱정이다.








오색으로 내려가는 등산로 옆으로는 단풍이 절정이다.
이쪽 코스 단풍이 이렇게 멋진 줄은 몰랐다.
이 코스는 대청봉에서 일출을 위해 캄캄한 어둠을 뚫고 오르는 최단코스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ㅎ











이쁜 단풍만 만나면 단풍 앞에서 사진을 담아 달라는 마눌..



계단 또 계단, 걱정했던 무릎에 신호가 온다.
통증 아닌 통증에 시큰거림이 나타난다.
자주 쉬어 걷는 수밖에....ㅠ.ㅠ





14시 55분, 남설악탐방지원센터로 내려선다.

한계령에서 시작한 걸음이 오색으로 내려서기까지 8시간 40분이 소요되었다.
마눌과 나는 먹고 앉아서 쉬는 시간은 많지 않지만 전망바위마다 올라서고 사진 찍고 즐기는 타입의 산행이라 빨리빨리 걷는 산행은 아닌 편이다.

원거리라서 큰 마음을 먹어야만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설악산행, 오가는 시간이 아까워 당일치기는 하기 싫은 설악산행...
올 가을 설악의 첫걸음은 설악 서북능선을 걷는 것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