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8일. 짧은 정각산 길게 놀기...
정각산을 찾았다.
정승봉이나 구천산을 끼우지 않고 올랐던 길을 돌아 내려오는 짧은 거리를 길게 놀아봤다.


정각산의 볼거리인 정각 폭포와 폐광산

~ ~ ~ ~ ~
적당한 온도와 공기가 깨끗한 산 걸음 하기 좋은 날씨, 어디론가 가기는 가야 하는데...
요즘은 아침에 배낭을 꾸리면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 쉬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서너 시간만 걸으려니 코스 잡기가 더 갈등스러워진다.
드라이브 삼아 울밀로를 달려 정각산이나 가야겠다.

미세먼지 없는 더없이 깨끗한 하늘, 한 시간을 달려 구천마을로 왔다.
마을 입구에 주차하고 아주 여유롭게 천천히 알싸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걸음을 시작한다.



마을 포장길을 지나 왼쪽 버섯하우스로 들어선다.


앞쪽으로 치마바위가 어서 오라 유혹하고...
낙엽이 덮인 골짜기를 따라 걷는데 알싸한 공기가 참 맛있다.


이끼가 옷을 입고 있는 소폭을 지나고...



왼쪽으로 처마를 만든 거대한 암벽 안쪽으로 바위가 끼이면서 만들어진 바위굴이 만들어져 있다.
위쪽 바위틈으로 가는 물줄기가 떨어지는 바위굴 사이로 들어가 본다.


마눌님 폰에 찍힌 내 모습들...


바위굴 깊이가 제법 깊다.
폰 후레쉬로는 어둠을 뚫지 못해서 중간쯤 들어가다가 돌아서 나왔다.



바위굴을 나와 위쪽에 숨은 폭포로 올라가 본다.
바위 사면을 이쪽저쪽으로 조심조심 기어오른다. 은근히 스릴을 느끼는 이런 걸음이 늘 재미있다.


직벽의 폭포가 은근히 멋있다.
수량만 받쳐준다면 더없이 좋았을 텐데....ㅎ
하긴 수량이 풍부했다면 바위길이 미끄러워 여기까지 오르지 못했을 테지만....


기념으로 한 컷씩 남기로 돌아내려간다.


치마바위로 내려서서 바위 아래쪽을 따라 옆으로 한참을 기웃거린다.
다시 돌아와 좌측 등로를 따라 오름길을 이어간다.


숨은 폭포 상부로 올라서 계류를 건너선다.
폭포 상부에서 내려다보는데 한눈에 들어 오지는 않는다.


너덜과 낙엽이 범벅이 되어 발아래를 알 수 없으니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조금 더 오르자 오늘의 첫 번째 볼거리인 정각 폭포가 나타난다.


20여 미터는 족히 될 높이의 정각 폭포가 제법 웅장하다.
어린아이 오줌발처럼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쉽지만....




옆으로 돌아서면서 옆 그림도 담아보고...


폭포를 돌아 나와 왼쪽으로 빙 돌아서 능선으로 오른다.
능선 조망바위에 오르자 오른쪽 멀리 폐광산이 눈에 들어온다.



폐광산으로 오른다.
일제강점기에 아연이나 동을 캐는 광산이었다고 하는데 그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은 편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본다.
바위면에는 푸른색을 띠는 동꽃들이 허다하게 피어있었다.


이쪽저쪽 얼기설기 동굴들이 이어진다.
동굴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훈훈한 공기가 얼굴에 와닿는다.
오른쪽 굴은 바닥으로 뚝 떨어져 이어지고 왼쪽 굴은 위쪽으로 뚫려져 있다.

길게 이어지는 동굴 안에 폰 후레쉬로는 어둠을 뚫기는 버겁다.
배낭을 꾸리고 나설 때 렌턴을 하나 챙겨야지 해놓고는 까먹고 온 게 아쉽다.



어둠을 벗어나 오늘 의도한 놀이를 시작한다.
여기저기를 담아보고...
준비해 간 미니 삼각대에 폰을 끼우고는 사진놀이를 시작한다.















타이머 설정하고 여기서 한 컷, 저기서 한 컷, 이렇게 한 컷, 또 저렇게 한 컷....




30분을 넘게 놀고서야 자리를 뜬다.
놀(?)만큼 놀았으니 이제 정상으로 가야지 ~~~~




폐광산을 나와 능선으로 오르니 온통 낙엽으로 수북하다.
바스락 거림을 넘어 푹신하기까지...


정각산 정상, 두 시간이면 오를 길을 세 시간이나 걸려서 올랐다.





정상 인증 후 바로 하산길...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히는 소리가 정겨움을 넘어 소음처럼 들린다.


다시 폐광산으로 내려선다.


하산길 중간쯤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천황-재약-향로-백마산으로 이어지는 산그림이 더없이 멋지다.

올랐던 길을 돌아내려오는 하산길.....
이런 걸음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길게 걷기는 싫고, 원점회귀의 코스는 만들어지지 않고.....
오늘은 낙엽을 원 없이 밟은 산 걸음이었다.


서너 시간의 걸음이 네댓 시간으로 바뀐 정각산 산행...
미세먼지가 없어서, 적당한 알싸함이 좋아서, 바스락 거리는 발소리가 정겨워서, 그래서 더 즐거운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