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0일. 속리산 문장대~천왕봉
속리산 문장대(文藏臺)와 천왕봉(天王峯)을 걸었다.
속리산은 법주사(사적 명승지4호), 문장대, 정2품 소나무(천연기념물 103호)로 대표된다.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군 화북면에 걸쳐 있는 속리산은 산세가 수려하여 한국 8경에 속하며, 우리나라 대찰 가운데 하나인 법주사를 품고 있다.
정상인 천황봉(1,058m), 비로봉(1,032m), 문장대(1,033m), 관음봉(982m), 입석대 등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능선이 장쾌하다.
봉우리가 아홉 개 있는 산이라고 해서 신라시대 이전에는 구봉산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 한국의 산하에서 펌 -
울산에서 이른 아침을 달려오기를 3시간...
주차하고, 조각공원을 지나고, 탑방지원센터를 지나고, 매표소에서 매표하고 걸음을 시작한다.
8시 30분, 호서제일가람 법주사의 일주문을 통과한다.
법주사 절집은 하산길에 들리기로 하고 세조길을 걷는다.
세조가 피부병을 고쳤다는 목욕소를 지나면 세심정이다.
문장대로 올랐다가 천왕봉을 찍고 상환암을 거쳐서 내려올 계획이다.
세심정을 지나고 복천암을 스쳐 지나고...
좌측의 중사자암에 들렸다가 간다.
↑. 중사자암
중사자암을 나와 마지막 휴게소(?)를 지날 즈음부터는 얼어붙은 눈길이 제법 미끄럽다.
문장대를 오르는 숨가쁨이 시작될 무렵부터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는다.
바닥의 눈은 밟으리라고는 생각했지만 나뭇가지의 눈꽃은 기대하지 않았었는데...ㅎ
산행 시작즈음, 속리의 산봉우리들은 온통 구름에 가려있더니 이런 이쁜 그림을 만들고 있었나 보다.
옅은 눈꽃이지만 이 얼마나 반가운지 ~ ~ ~ ^-^
문장대로 오른다.
산걸음에 늘 느끼지만 명산은 평일 이른시간에 찾아야 제대로 그 곳을 선물(?) 받을 수 있다.
문장대를 오롯이 차지한 듯한 이 벅참은 그 무엇으로 표현하기가 절대부족이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전국적으로 탁하다는 미세먼지까지 더해진 깨끗하지 못한 문장대로 오른다.
관음봉과 그 뒤로 묘봉과 상학봉은 흐릿하기만 하다.
미끄러운 정상을 조심조심 기념하고...
생각지 않은 선물의 눈꽃보다 사방이 확트이는 깨끗함을 선물받았으면 더 좋으련만....
낮이 되면 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일거라던 일기예보가 맞아 떨어진다.
문장대에 도착할때까지도 운무에 가려져 있던 주변이 한순간에 확 트이기 시작한다.
조금전보다 확연히 깨끗해진 문장대를 다시 기념하고...
곧바로 천왕봉으로 이동하면서 옅은 눈꽃을 좀 더 볼건지, 새벽같이 달려온 허기짐을 먼저 달랠건지를 잠시 고민아닌 고민을....
간단식으로 아침을 하고 달려온지라... ㅎ
문장대 앞쪽 양지바른 바위에 앉아 조금 이른 점심을 하고 이동하기로 한다.
↑. 문장대가 조금씩 멀어지고...
↓. 가야할 천왕봉은 탁하게 흐릿하게 시야에 들어 온다.
신선대로...
얼어붙은 눈으로 등로 좌우로 펼쳐지는 암봉을 일일이 오르기는 조금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등로만 따라 쭈~욱 걸어 갈거라면 이런 바위산으로 올 필요가 없다.
최대한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본다.
멋지다!!!
웅장하다!!! 를 연발하는 마눌~~~
이 코스를 서너번 걸었던 나와는 달리 마눌은 이 코스가 초행이다.
굳이 오늘 이곳으로 산행지를 정한것도 마눌의 속리산 갈증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아침에 산행 시작즈음에는 온몸을 떨게하더니 낮이 지나면서 포근한게 걸음하기 딱좋은 기온이다.
능선을 넘어가는 적당한 찬바람이 상쾌하다.
천왕봉이 가까워지고 있다.
문장대에서 천왕봉으로 펼쳐지는 청법대, 신선대, 입석대, 비로봉을 다 지나고 석문을 통과 한다.
천왕봉을 직전에 둔 갈림길...
600m의 거리에 있는 천왕봉을 찍고 돌아와서 하산을 히기로 한다.
속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으로 오른다.
정상을 인증, 기념하고....
천왕봉에서 한눈에 담아보는 병풍처럼 펼쳐진 속리산의 바위 그림은 너무 멋지다.
↑. 법주사 방향은 미세먼지의 탁함에 가려져 있고....
↓. 갈림길로 돌아와 본격 하산을 시작한다.
배석대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잠쉬 쉬어간다.
상환석문을 통과하고....
학소대 앞 절벽에 자라잡은 상환암으로 내려선다.
상환암의 절집은 어떻게 이런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싶을 정도로 참 멋지다.
하산길의 마지막 즈음이다.
경업대에서 내려서는 길과 만난다.
세심정으로 내려선뒤 아침에 걸었던 다시 세조길을 걷는다.
4시 30분이 가까운 시간....
법주사 경내를 간단히 둘러보고 가기로 한다 (1인 4천원의 입장료가 아까워서라고 해야 옳겠지만...)
일자로 이어지는 금강문,천왕문,팔상전으로의 들어감은 웅장하다.
학창시절 수학여행길에 처음 봤을때나 성인이되어 산걸음에 볼때나 세월을 이겨가는 법주사의 최고 건축물 팔상전....
팔상전은 볼때마다 그저 감탄감탄이다.
국보와 보물, 문화재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보유한 속리산 법주사는 국내의 대사찰이 분명하다.
대충(?) 휘리릭~~ 절집은 늘 이런식으로 둘러 본다.
나오는 길에 정이품송도 한컷 담아보고...
몇일간 주어진 계획에 없던 꿀맛같은 휴가(?)가 이렇게 끝이난다.
한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가지지 못했던 산걸음이었는데 지리산 노고단으로, 영알의 맏형 가지산으로, 마눌의 속리산 갈증풀기 산행까지...
못 볼것 같았던, 못 밟을것 같았던 이 겨울의 눈을 실컷 보고, 밟은 휴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