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7일. 지리산 노고단
지리산 노고단(老姑壇)을 찾았다.
노고단(길상봉)은 높이 1,507m로서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과 더불어 지리산 3대 봉우리의 하나이며,
지리산은 3대 주봉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노고단이라는 지명은 할미당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리산 신령인 산신할머니(노고-老姑)를 모시는 단(단-壇)이라 하여 노고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성삼재 주차장까지 아주 편하게(?) 자가용으로 올랐다.
산행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좀 뭣하지만 아침일찍 달려와 반야봉까지 걸으려면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에서 내리는 온몸을 휘감는 공기가 몸을 떨게 한다.
설 연휴 끝에 전국적으로 내린 눈비의 영향으로 이곳에도 바닥엔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 저만치 멀리에 노고단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 편한길(?)은 싫어, 최대한 짧은 길을 택해 걷는다.
여기서도 빠른 길로...
노고단 대피소로 오른다.
노고단 대피소 직원과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쉬어간다.
내 복장을 보며 대피소 직원 왈~~
" 패딩이나 두꺼운 방한복도 아니고, 아이젠도 착용하지 않고, 스틱도 없이
이런복장으로는 종주는 절대 안되고 반야봉까지도 가기 어렵다며 노고단만 갔다가 내려 오라" 며 신신 당부를 하신다.
노고단 고개에 올라서면 자기가 왜 이런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거라며...
여차하면 저체온증으로 동상이나 조난을 당할 수 있다고....
대피소 직원의 거듭된 당부를 받으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노고단 고개로 오른다.
성삼재에서 대피소를 지나 여기가지 오를때와는 전혀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반야봉 방향에서 몰아치는 칼바람이 보통이 아니다.
대피소 직원이 하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한방에 실감하게된다.
노고단 방향은 보는 것으로도 추위가 느껴진다.
반야봉으로, 천왕봉으로.... 지리산을 온전히 걸으려면 이곳을 통과해야 된다는 ~ ~ ~ ^.^
미세먼지로 천왕봉이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게 좀 아쉽다.
계획하고 온대로 노고단을 찍고 내려와 반야봉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능선을 넘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벌써부터 춥다 추워~~~
↑. 섬진강은 뿌옇게만 보이고...
↓. 노고단 정상으로 오른다.
평일이라 그런지 너무나 조용한 노고단 정상...
칼바람으로 삼각대를 세울 수도 없고 간단히 셀카로 대신한다.
↑. 흐릿한 저 끝이 천왕봉으로 보이는데.... 지리를 종주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 이 분들!!! 돌탑뒤에 숨어 있어 몰랐네.... 알았으면 염치 불구하고 한 컷 찍어 달라고 부탁했을텐데 . . . . ㅎ
서둘러 노고단을 내려간다.
일기예보상에는 노고단 정상의 오늘 기온은 영하2도 쯤이라고 바람도 11km/h 이하라고 했었는데.... " 뻥" 이었다
간단히 걸을거라고 지리산을 너무 쉽게 보고 온 나 자신이 참 한심하다.
저 앞으로 만복대와 고리봉 정령치 바래봉까지 .... 쭈~욱 이어지는 능선들이 눈에 익다.
발도 시리고, 손도 시리고....
칼바람을 맞으며 사진 한컷 찍는것도 부담이다.
노고단 고개로 내려선다.
어쩔까를 고민.... 이 칼바람을 맞서고 반야봉까지 갈 수 있을까 ? ? ? ?
반야봉 ? ? ? 깨끗이 포기하고 내려간다. ㅎ~~~
대피소에 내려서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다.
컵라면에 김밥 한 줄, 이 겨울에 김밥이라니.... 한겨울 산정의 점심으로는 아주 부실하기만 하다.
그다지 춥지않은 날씨라는 예보만 믿고 복장도 먹을것도 너무 가볍게 하고 온 내 잘못이다.
노고단과 반야봉을 너무(?) 우습게 보고 '설렁~설렁' 걸으려고 달려온 지리산행....
생각만큼 만만치 않은 날씨, 역시나 지리산은 지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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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을 포기하고 내려오니 시간은 남아돌고...
어딜 들릴까 생각하다가 사성암이나 들렀다가 귀울하기로 한다.
사성암은 해발 500m의 오산에 있는 암자로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네명의 고승들이 수도했다 하여 「사성암」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