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8일. 운무속에 천황산으로...
주중에 덤으로 주어진 휴일(?), 온통 운무속에 갖힌 영알의 품에 빠져봤다.
동해안에 집중된 비구름의 영향에 울산도 포함되어 버렸다.
우리 회사만 덤으로 주어진 주중휴일, 아침에 일어나니 이미 창밖으로는 빗줄기가 내리고 있다.
동해안에 집중된 비구름이니 내륙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비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기상청 홈폐이지에 들어가니 영알의 주봉으로만 달려가도 비를 맞지않고 하루를 즐길 수 있을것 같다는 판단이 선다.
대충 베낭을 꾸리고 나서 본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 이런날은 임도나 등로가 넓은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으리라.
배내고개에 주차후 천황산으로 걸음을 시작한다.
우의를 입기는 좀 불편할것 같고, 대충 자켓과 모자로 가랑비를 피하기로 한다.
여차하면 우의를 꺼내 입기로 하고...
석남터널 방향의 길과 만나고...
곧이어 능동산 정상이다.
한 두해 질질 끌던 돌탑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도 산의 돌이 아니고 강의 돌이다. 이걸 만들기 위해서 또 헬기로 실어 올렸나 보다.
영알의 정상마다 이런 돌탑들이 경쟁하듯이 만들어 지고 있다.
약수터를 지나고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와 산 길을 번갈아 들락날락 거린다.
이어 능동2봉으로 오른다.
가랑비는 오다 그치다를 반복...
능선길에는 운무가 한순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올라가 케이블카 상부시설로 올라간다.
케이블카 상부시설 광장에는 몸을 날릴듯한 바람이 서 있음을 허락하지 않을 기세다.
백운산과 얼음골주변은 운무속에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아랫쪽이 저렇게 보이는 것은 영알의 고봉들을 중심으로 산위에만 운무가 덮여 있다는 말이다.
손이 시릴 정도의 찬바람과 함께 함박눈이 날린다.
올 겨울(?) 영알의 첫눈을 여기서 맞이하는가 보다.
산걸음을 시작하면서 운이 좋으면 오늘 첫눈을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이 되었다.
겨우 5분도 되지않는 잠시의 눈이었지만 말이다.
하늘정원 전망대로 들어가 보지만 강한 바람과 짙은 운무로 조망은 꽝이다.
샘물상회 앞을 지나 천황산으로 go go~~
천황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등로 정비중이다.
오래되어 썩은 침목과 로프 등.... 자르고 뽑아내고 걷어내느라 등로는 엉망이다.
천황산 정상으로 오른다.
마눌의 천황산 정상인증 ^ ^
사실 오늘의 주목적은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영알9봉 완등이라는 타이틀에 마눌이 천황산 인증샷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 . . . . ㅎ
영알의 주봉들을 수없이 올랐건만 그 흔한 인증샷이 왜 없었을까??
관심없는 것처럼 있더니 주변에 산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한다고 하고, 내게 날아온 인증서와 메달을 보더니 신청을 하겠다고..... ㅋ
여기저기 흔적들을 뒤지더니 유독 천황산 정상 사진이 없다고 하니 어쩌랴~~~~
매서운 바람에 못이겨 인증샷만 남기고는 서둘러 하산이다.
천황재로 내려서자 바람도 한결 잠잠해지고 손시림도 사라진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사진도 찍고 겨울의 문턱에선 천황재의 억새속에 빠져 본다.
잠시 재약산으로 갈까를 망설이다가 이내 마음을 접고 샘물상회를 향하기로 한다.
짙은 운무로 조망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재약산까지 갈 필요를 못 느낀다.
샘물상회에 들어가 두부김치에 막걸리라도 한잔 하고픈 생각이 꿀떡이지만,
귀가해서 깔끔하게 씻고 나서 한잔 하기로 한다.
걷히지 않는 안개는 하산길에도 여전하다.
하산길은 질퍽한 산길을 접고 임도로만 쭈~욱 걷는다.
학생수련원 옆을 지나 배내고개로 돌아오는 것으로 운무속의 산걸음을 마무리 한다.
평일이라 그런지, 오락가락하는 비와 운무속이라 그런지 순수산행을 즐기는 분은 천황재에서 만난 세사람 뿐,
케이블카에서 내린 10여명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던, 너무나 조용한 천황산을 오가는 16km의 몽환적인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