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찾은 배내천 트레킹 길
장마가 시작되고, 비 온 뒤 높은 습도와 미끄러운 산길을 피해 걷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으리리라.

울산 울주와 양산의 경계를 이루는 배내골, 그중에 ‘배내천 트레킹 길’은 양산시가 2016~2017년에 걸쳐 조성한 10㎞ 거리의 트레킹 코스다.
중간중간에 마을길도 있지만 대부분은 배내골을 가까이 바라보고 걷거나 우거진 숲으로 이어져 자연과 함께하는 길이다.

영남알프스 영축지맥 능선의 서쪽 자락을 걷는 배내천 트레킹 길은 배내골 계곡을 따라 난 수변의 완만한 흙길과 급경사의 비탈을 가로질러 유유자적하게 걸을 수 있다.


트레킹 길 내내 배내사람 '벽유 김성달'이라는 분이 써놓은 글씨들이 걷는 이의 눈과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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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설 때까지 흩날리던 비가 언양을 지날 때부터는 그치고 있다.
오늘은 지난밤 많은 비로 산을 오르기에는 미끄럽고 습할 것 같아서 오랜만에 배내천 트레킹길이나 걸으려고 나선 걸음이다.

배내고개에서 배내골로 내려가면서 본 운무가 걷히는 배내골의 모습...

태봉교로 들어선다.

흔히 배내골이라 불리는 이 물길은 공식적으로는 단장천이다.

도로변에 적당히 주차하고 걸음을 시작한다.

배내천 트레킹 길은 4개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태봉마을에서 시작해 하류로 가면서 장선마을과 선리, 금천, 풍호, 대리마을 고점교까지 전체 거리는 9.77㎞ 로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트레킹 길은 69번 지방도로를 가까이하고 있어 중간 탈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오늘은 4구간까지 갔다가 갔던 길을 되돌아오기로 마음먹고....

시작부터 '벽유 성달'님이 써놓은 글씨가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촉촉이 젖은 숲내음이 너무 좋다.


트레킹 길은 계곡과 바로 맞붙거나 경사가 급해 위험한 비탈구간에는 덱 탐방로와 안전펜스 같은 시설물을 설치해 두었다.



오수처리장 갈림길을 지나고...




작은 바람에도 빗물 머금은 잎들이 후둑후둑 물방울을 떨어 떠 린다.

오늘은 내게 함께 걸어줄 동행이 없네~~ㅎ



나무 그루터기의 구멍으로 보는 산길이 너무 정겹다.




세월이 더해져 아름다움을 배가시킨 고목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고...


'기쁨잠깐 슬픔잠깐, 살아있음에 본전!!'


벽유님의 글씨만 이쁜 게 아니고 글의 내용들은 구구절절 주옥같은 문구들이다.




배내골 약천사 앞으로 잠시 숲을 벗어나면...


펜션들이 즐비한 장선마을로 이어지고...


장선 마을로 나가기 전에 왼쪽으로 다시 산길이다.



'깊고 간절한 마음은 닿지 못하는 곳이 없다'



좀 더 지나온 또 한 번의 장선마을 갈림길...







10m가 멀다고 나타나는 주옥같은 글들...
오늘은 그 글들 앞에서 읊조리는 내 마음이 행복이다.




통도골로 내려선다.



통도골은 배내골에서 통도사로 넘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 하며 도통한 도사가 살았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경쾌한 물소리가 더해지는 통도골이다.


영화 ‘달마야 놀자’를 촬영한 선녀탕이다. 이곳은 평소에도 수량이 많아 폭포와 소가 장관을 이룬다.


셀카 한 번 하고...ㅎ


가장자리 수북한 낙엽길이 포근하다 못해 축축하다.



통도골에서 도태정 갈림길로 가려면 이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계곡 아래쪽 위쪽을 오가며 살펴도 건널만한 곳이 없다.
등산화를 벗어야 하나....ㅠ.ㅠ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포기한다.
"오늘 안되면 다음에 다시 오면 되지~~~ㅎ"

마음을 고쳐먹으니 여유가 생긴다.
다시 선녀탕에 들러서 시원한 물소리를 음악 삼아 한참을 쉬어간다.



장선마을 갈림길로 돌아오고...




까치수염이 열심히 여름꽃을 만들고 있다.


장마철이라고 이름 모를 버섯들은 지천이고...

장선마을 펜션길로 내려서고....

환삼덩굴이 특이하다.
어째서 잎의 절반만 하얀색일까? ㅎ


펜션 옆으로 산수국과 엉겅퀴 꽃도 아름답기만 하고...



여름 산길을 대표하는 바위채송화도 노란 꽃을 만들기 시작했네~~

'강물은 바람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내 인생 봄날은 언제나 지금입니다'
당연한 말씀, 지금이 남은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봄날이지럴~~ㅎ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빼꼼히 들어온다.


이런 인위적인 것도 때로는 아름답기만 하고...



나무 사이로 울산 함양 간 고속도로의 배내골 나들목이 보이고....
저 고속도로 덕분에 배내골도 접근성이 많이 좋아졌다.


오늘 걸음은 내내 벽유의 아름다운 글씨가 덤의 힐링이다.


출발지로 돌아온다.
7시간 이상 걷자고 나선 걸음이 3시간도 못 채우고 끝낸다.
높은 습도와 날파리들의 극성으로 은근히 걷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쉽게 걸음을 잘라먹다니 말이다. ㅎ

배내골에는 '배내천 트레킹 길'이 있다.
장마철이나 우중에 걷기 좋은 명품 길, 해발 200~300m 중반의 높낮이를 오르내리는 유유자적하게 걷는 길, 눈과 마음에 쏙 들어오는 벽유 성달 님의 글씨가 덤의 힐링으로 주어지는 '배내천 트레킹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