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군

2024년 2월 25일. 가지산 설경

영알사랑 2024. 2. 26. 02:32


영남알프스에 엄청(?) 난 눈이 내렸다.
영알을 대표하는 맏형 가지산은 설국으로 변해버렸다.



24 절기 중 두 번째 절기 우수(雨水)를 시작으로 일주일 내내 비가 내렸다.
해발 1천 미터를 넘는 영알의 주봉에는 내내 눈이 내렸다는 뜻이리라.....



달려가고픈 마음을 누르고 누르기를 일주일...
2월 마지막 일요일, 몸보다 바쁜 마음을 달래며 울밀로를 달렸다.



오늘은 또 어떤 감동이 주어질지.....♡♡♡


눈꽃을 넘어 얼음꽃 위에 또 몇 겹을 덮어 씌운 설경에 푹 빠져본 하루의 흔적들을 가득 담아본다.


~  ~  ~

어디서 어떻게 걸어야 가장 만족한 걸음이 될는지...ㅎ
울산을 벗어나 언양으로 가면서도 온통 마음은 코스 생각에 빠진다.
석남사 입구나 석남터널, 운문령에서 오르면 수많은 산님들과 얽히고 설킬 테고...



얼음골 주차장을 지나면서 본 천황산 방향

울밀로를 달리면서 고민 끝에 결정한 코스가 백운산을 거쳐 운문지맥을 지나 가지산으로 오른 뒤 진달래 능선으로 내려오기로...


호박소 주차장에 도착하니 텅~ 비어있다.
일단 주차부터 하고...
8시 25분, 비와 눈이 섞여 내리고 있다. 등산화를 신고 스패츠 착용하고 배낭 메고 출발이다.



도로를 가로질러 오르니 구들장 바위들이 보일 즈음부터 눈이 쌓여있다.


첫 번째 조망포인트, 여기서 보는 케이블카와 얼음골도 멋진데 오늘은 곰탕이라 원경은 기대를 하지 않아야 될듯하다.


철계단을 올라서서 가지산 방향을 조망하는 용수골과 산 그림들이 이 모양이다. ㅎ


오늘 이쪽 방향으로 코스를 잡은 첫째 목적이 눈앞에 펼쳐진다.
백운산으로 오르면서 만나는 숱한 명품솔들이 피워놓은 설화를 보고픈 게 그 한 가지였다.



그저 "멋지다"는 표현밖에~~~^^


그 누가 이런 작품을 만들 수가 있을까?
아마도 대자연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는지...



명품솔을 만나는 암릉구간을 지나 순백의 멋이 살아있는 눈길을 걷는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백운산으로 내 발자국이 흔적을 그리고 있다.



이쪽으로 오르기로 한 두 번째 목적은 산님들의 붐빔을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하얀 그림 위에 발도장을 찍기가 아깝다.



9시 50분, 백운산으로 오른다.


혼자 걸음이라 챙겨 온 삼각대를 설치하고 한참을 놀아본다.
찍고 또 찍고...^^
그래도 몇 장은 건졌네~~~ㅎ



조용한 백운산을 오롯이 차지하고 놀았다.
자!!!  이제부터는 가지산을 향해 또 열심히 걸어야지~~~



삼양마을, 등산학교, 가지산으로 갈라지는 사거리 안부를 지나고...
아마도 운문지맥 능선으로 올라서기 전까지는 오늘 오름길은 내 발자국이 첫 도장이 될 것 같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먼저 걷는다는 묘한 이런 기분 참 좋다.



10시 50분, 씩씩거리며 오르다 보니 운문지맥 능선으로 올라선다.


백운산을 지나고 된비알을 오를 때와는 또 다른 그림들이다.
와!!!   그저 감탄사만 연발한다.



자살바위 위쪽으로 들어가 본다.
2~30m 앞도 조망이 안 되는 오늘의 날씨가 그저 아쉬울 뿐이다.



머리 위로 잠시 하늘이 열리고...
"그래, 제발 좀 하늘아 열려다오"



조금만 빛이 들어와도 눈에 보이는 설경이 달라진다.


이런 그림은 혼자 보기가 아깝다.


운문지맥 능선길 걸음 20분쯤 파란 하늘이 보이더니 다시 덮이기 시작한다.


등로 옆 소나무들은 습설의 무거움을 이기지 못해 가지들이 부러지고 쳐지고...


일주일을 쌓이고 얼고 덧대어져 눈꽃도 아니고 얼음꽃도 아니고...ㅎ
이 나무들 참 무겁고 힘들겠다.


운무에 갇힌 흐릿한 설경들이지만 그래도 눈호강을 한다.
영알을 수없이 다녀도 이런 그림들을 보기가 쉽지는 않은 편인데...



점입가경이다.
해발을 높일수록 눈을 덮어쓴 대자연의 위대함이 경이로울 뿐이다.



오늘은 운문지맥 능선으로 오른 뒤부터는 줄곧 허리를 숙이고 걸어야 했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지들이 쳐 저서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용오름도 아니고, 괴물 모양을 한 소나무들이 내 손과 폰카를 바쁘게 한다.


파란 하늘이 배경을 깔아줬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아쉬움이 자꾸만 남는다.



점점 더 흐려지는 날씨...
눈발은 계속 날리고, 차가운 바람도 세기를 더한다.



저만치 정상 직전의 헬기장이 보이고...


능선의 그림 좋은 암릉으로 올라서기는 미끄럽고 위험해서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저 길 옆으로 보는 설경에도 눈이 바쁘다.



헬기장으로 올라선다.
헬기장 옆의 이정목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괴기한 형상을 만들어 놓았다.



헬기장과 정상 사이에 있는 몇 그루의 소나무는 나무라는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거대한 눈얼음으로 덮여있는 바위처럼 보일뿐이다.



가지산장을 지나고 정상으로 오른다.


12시 10분, 가지산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에는 생각한 대로 충분히 산님들이 많다.
줄 서서 기다렸다가 정상을 담는다.



품앗이로 정상인증을 주고받았던 산님께서 너무 멋지게(?) 담아주셨다.


사방을 휙~ 둘러봐도 조망은 전혀 없다.
여전히 1~20m 정도의 거리만 보일뿐....
서둘러 하산하기로 한다.



울산 울주에서 세운 가지산 정상석은 글씨도 얼고 덮여서 구분이 안되고...ㅎ


줄을 서 있는 산님들은 영알 8봉을 인증하는 분들일 듯하고...


12시 30분, 중봉으로 내려서고...


내려갈 진달래 능선방향도 너무 아름답다.


석남사 방향의 그림도 담아보고...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진달래 능선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ㅎᆢ 이쪽 걸음도 산님으로 붐비지 않으리라 생각만 했는데....
아예 하산길에도 발자국이 없다.
오늘 이런 행운이 주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포근한 기온으로 가지에 쌓였던 얼음과 눈이 머리 위로 떨어져서 여간 성가시지 않다.


푹푹 빠지고 미끄러지고....
오름길과 내리막길을 이렇게 오롯이 차지하는 산행을 또 언제쯤 할 수 있으려나. ㅎ



진달래 능선과 용수골 그리고 백운산과 멀리 천황산까지...
구름과 안개가 잠시 걷힌 순간의 그림은 선물이다.


뒤돌아보는 가지산 정상부는 아직도 숨바꼭질 중이고...


앞쪽으로 능동산 정상부도 작은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긴 진달래 능선의 걸음이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 암릉으로 내려선다.


13시 40분, 짧은 암릉 중 전망이 좋은 곳에서 조촐한 늦은 점심과 커피를 마시고...


용수골 하부로 내려선다.


지지난해 말부터 국립밀양등산학교가 지어지고 있는데 공사가 지지부진이다.
애초에 완공 계획날짜를 이미 한 달이나 넘겼다.
모쪼록  흉물로 남지는 않아야 될 텐데...


이쪽 진입로는 딴 세상을 보는 것처럼 낯설다.


잠시 도로를 걷다가 왼쪽 가드레일을 넘는다.


14시 40분, 호박소로 내려서는 것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눈 귀한(?) 영남알프스에 올해는 눈이 풍년이다.
설국으로 변한 영알의 품에서 원 없이 느끼고 즐기고, 걸음걸음이 행복했던 2월의 마지막 휴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