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8일. 천성산 비로봉
천성산 비로봉을 찾았다.
흔적을 들춰보니 비로봉을 찾은 지 2년이 가까웠다.

지난해 12월 중순, 양산시가 지역 진산이자 일출 명소인 천성산 봉우리 명칭을 원래 이름으로 되찾는 복원작업에 나선 가운데 명칭복원이 확정됐다. 천성산 두 개의 봉우리 명칭이 공식적으로 따로 제정되지 않아 지역 주민들과 등산객에게 천성산 1봉, 2봉이라 부르기도 하고 똑같이 천성산이라 부르기도 하는 등 혼선으로 경상남도 지명위원회는 천성산 봉우리의 지명을 원래의 원효봉(1봉)과 비로봉(2봉)으로 심의·의결해 명칭을 국토교통부 장관고시로 확정했다.

포근했던 일주일이어서 지난주에 내린 눈들이 녹아 영알의 주 등산로는 질퍽거려서 걸음 하기가 싫어진 2월 셋째 휴일이다.

이맘때면 웬만큼 얼었던 땅이 녹아도 질퍽거리지 않는 등산로를 찾는 게 우선이다.

8시 50분, 백동마을 어귀에 주차 후 느릿느릿 걸음을 시작한다.


원적암을 지나고 혈수폭포 상단으로 들어선다.



올 겨울 잦은 비 때문인지 얼었던 땅이 녹아서인지 적지않은 수량으로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계곡 치기를 10분쯤 즐기다가 등로로 빠져나온다.


체육시설이 있는 쉼터를 지나 오름길 최고의 조망터에 들린다.


위쪽 쉼터의 멋진 소나무 가지를 다 잘라놓았다.
처진 소나무 가지가 참 멋진 조망터인데...

아래쪽의 쉼터는 온전히 남아있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가히 압권이다.
멋지다. 멋져!!!



멋진 쉼터를 나와 짧지만 까다로운 암릉을 기웃거리며 오른다.



저 아래 활산선원이 덩그러니 보인다.
법수원일 때가 좋았다.
오가며 들러서 물이라라도 한 모금을 마실 수 있었는데.... 😢


명품솔 옆에서 인간의 세상을 발아래에 둬 본다.
오른쪽으로 덕계 시가지를....
왼쪽으로 소주공단과 서창 시가지를...


걷는 재미가 있던 암릉을 내려서고...
이어지는 갈림길을 선명하지 않은 흐릿한 길을 택한다.




이 길, 참 좋다.
법수원계곡으로 들어가지 않고 밀밭늪의 동쪽 능선으로 이어가는 이 길은 찾을 때마다 느끼지만 나만을 위한 길인 것 같다.



많이 찾지 않고 많이 걷지 않는 길인 것 같아서 더 좋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서창과 대운산, 조금 멀리 울산 시가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돌탑에서 왼쪽으로 가면 밀밭늪 하단으로 지나게 되는데...
오른쪽으로 가서 밀밭늪 상단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소주공단과 흐릿하게 문수. 남암산과 울산대교까지 조망되고...
왼쪽으로 비로봉과 원효봉이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밀밭늪 상단을 지나 평산임도로 올라선다.


잠시 임도를 걷다가 우측의 산길로...


영산대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고...
또 잠시 더... 짚북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난다.



오늘의 정상인 비로봉으로 오른다.




11시 07분, 능선을 넘는 정상의 바람이 순하지는 않지만 포근함이 받쳐주니 더없이 상쾌하다.
어!!! 그런데 왜?
이 정상에 산님이 없다.



두리번두리번...
셀카를 하고 사방을 두리번, 또 셀카를 하고 또 두리번.... 그래도 올라오는 산님이 없다.


ㅎᆢ 그럼 내려가야지~~~~
삼각대도 챙기지 않았으니 오늘 정상 인증은 셀카로 대신해야 할까 보다.


원효봉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긴다.

고개를 돌려 영알 쪽으로....
층을 이룬 띠가 영알 쪽의 정상은 덮고 있다.

지나온 비로봉을 돌아보고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걷는데 저 앞쪽의 암릉에 보이는 세 개의 돌출부는 뭐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양이라 확인을 하고 가기로 한다.


평산임도 중간의 왼쪽 코너부 암릉 입구...
입구에 돌탑이 있기에 의문의 돌출부도 돌탑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들어가 본다.



저만치 앞에 의문의 돌출부가 보인다.

법수원 계곡에서 이쪽으로 오르는 등로가 흐릿하게 있지만 많이 찾지 않는 길인데...

오~~ 호!!!
의문의 돌출부가 이것이네~~~
그다지 크지 않은 돌을 세워놓은 것인데 임도 쪽에서 볼 때는 왜 그만큼 선명하게 보였는지...ㅎ




돌탑이 아닌 돌을 세워둔 암릉에서 내려다본 법수원 계곡...


11시 45분, 돌아 나오면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다.
혼자 걸음일 때는 항상 이 조합이 산식이다.
여기에 과일 하나와 커피 한잔이 더한다.


돌탑을 빠져나와 임도로~~~



12시 20분, 철쭉제 행사장을 지나고...
미타암으로 바로 하산하지 않고 등잔산 큰바위 석굴에 들리기로 한다.

지난가을 양산시에서 주최한 걷기 행사의 흔적인지 이쪽도 길이 새로 생기고 기존의 길도 많이 넓어졌다.



큰바위 석굴로 내려선다.



이곳을 찾은 지 얼마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에 찾았다.


입구에서 또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






큰바위 석굴을 나와 한 바퀴 빙~ 돌아서 큰바위 위로 올라본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이 잔뜩 흐려지는 하늘...
멀리 금정산은 보일락 말락 하다.


큰바위 석굴에서 내려와 미타암 방향으로 돌아 나간다.

저 멀리 오전에 올랐던 밀밭늪 동쪽 능선과 중간쯤 잔치봉과 원적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원적봉 갈림길 쉼터...
미적거림 없이 미타암으로 곧장 하산한다.


미타암으로 내려선다.
이쪽으로 임도공사 때 한번 들리기는 했지만 임도가 미타암까지 연결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



언제나처럼 절집은 근성으로 둘러보는 정도로...ㅎ



미타암 석굴암 앞에서 서창 시가지를 한눈에 담는다.

13시 16분, 미타암을 나와 본격 하산걸음을...


임도와 등로를 번갈아 걷고...


미타암 모노레일과 여러 개의 포장마차(?)가 있던 곳...
모노레일은 위쪽으로 옮겨갔고 철거한다던 포장마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터벅터벅 하산걸음, 길 옆 너럭바위에서 마지막 쉼을 가지고...ㅎ

13시 57분, 백동마을로 내려선다.
딱히 목적을 가지고 찾은 걸음이 아닌, 질퍽거림을 피하고 붐비는 영알 8봉을 피해서 찾은 천성산 비로봉 산행...
바쁨 없는 서두름 없는 5시간 걸음은 유유자적한 나만의 걸음이었다.